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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심판대에 오른 공직 행사 ‘기독교 기도’ 관행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13. 11.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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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할 자유와 기도하지 않을 자유. 법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미 대법원이 ‘종교의 자유’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두고 “지옥문’이 열렸다”는 표현까지 썼다. 

 

사건은 북부 뉴욕주의 소도시인 그리스시 위원회에서 촉발됐다. 1999년까지만 해도 시의회 격인 이 위원회는 짧은 묵념으로 회의를 시작했지만 독실한 기독교도가 간부가 된 뒤로 회의 시작 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우리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라는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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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위원 모두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대교도와 무신론자가 위원회에 합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유대교도인 수전 갤러웨이는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모두 기도를 하고 있을 때 혼자만 하지 않는 상황이 무척 불편했다. 시 정부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갤러웨이 등은 “정부와 종교는 분리돼야 하며, 정부는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법원에 시 위원회의 기도 관행을 중단시켜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순회법원은 갤러웨이 등의 손을 들어줬지만 보수적인 기독교도인 다른 위원들이 항소했다. 사건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둘러싼 대법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쉽게 결정이 내려지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일 열린 심리에서는 기도를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갤러웨이의 변호사인 더글러스 레이콕에게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수용 가능한 기도는 어디까지인가”라고 물었다. 레이콕은 “(그리스도라는 특정한 신이 아니라) ‘전능자’ 혹은 ‘창조자’에게 하는 기도는 허용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른 대법관들은 곧 ‘허용할 수 있는 기도’의 종류를 구별하려는 시도가 위험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수석 재판관인 존 로버트 주니어는 “누가 그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앤서니 케네디 재판관은 “이 논쟁의 본질은 우리의 관행이 누군가에겐 강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재판은 미국에서 기독교가 가지는 위상과도 관련돼 있어, 중요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재판관들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어서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케네디 재판관은 “우리가 과연 어느 한 쪽으로 우세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면서 구속력 없는 권고 수준의 결정을 내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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