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 있는 작은 카페 이름입니다.

청사 내 작은 공원 한가운데 있어서 경치도 좋은데다, 아이스 음료가 2000원대로 비교적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저도 졸음이 꾸벅꾸벅 쏟아지는 오후에는 가끔 노트북을 들고 '뜨락'으로 가서 기사를 쓸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제가 '뜨락'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쁜 바리스타 때문이에요.

시청에서 고용한 그 바리스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주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제 입모양을 관찰한 후 어눌하지만 열심히,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주문을 재확인합니다. 그리고 정말 즐거운 듯이 커피를 만들러 갑니다.

 

'뜨락'의 한쪽 벽에는 바리스타와 박원순 시장이 사이좋게 서서 찍은 사진도 걸려 있어요.

그리고 그 밑에는 이런 내용의 직접 쓴 글귀가 있죠.

"저는 커피 볶는 향을 맡을 때 가장 행복해지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입니다"

커피를 만들고 있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사실 이곳은 오세훈 전 시장 때만 하더라도 '파인트리'라는 잉글리시 카페로 운영됐습니다.

 

외관은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안에서 오직 영어만 써야 하는 영어전용 카페였죠.

바리스타나 종업원들은 영어회화가 가능한 사람들만 채용됐고,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문을 영어로 해야했습니다.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으면, 원어민 강사가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며 잉글리시 대화를 권유하기도 했다네요.

서울시 직원은 물론 인근 직장인이나 시민들이 짧은 시간이더라도 무료로 영어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시청 안 작은 카페의 운영방식에서 조차도 두 시장의 상반된 운영 철학이 극명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한 트위터리안이 시청 근처의 유명한 콩국수집에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세 시장이 남긴 인사 메시지를 찍어 올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이명박 전 시장은 "XX회관의 무궁한 번영을 바랍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XX회관의 콩국수는 정말 명품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XX회관 더불어 행복한 세상"

 

번영, 명품, 더불어 행복.

사실 모두 좋은 말들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대통령이 어느 철학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들이 '번영' '명품' '더불어 행복'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한정된 재원이 쓰여지는 정책의 양상은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되죠.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한 박원순의 '뜨락'과, 영어로만 주문을 해야 했던 오세훈의 '파인트리'. 여러분은 어느 카페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Posted by 정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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