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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3의 길로” 영 노동당 노선 수정 논쟁 뜨겁다

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by 정소군 2015. 5. 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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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이 30년 만에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자, 보수 성향의 노동당 인사들은 이번 참패가 ‘신노동당’ 노선을 포기한 탓이라며 일제히 격렬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25년까지 권력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노동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 등 ‘참패’ 맹비난… “정치 중도 회복해야” 

‘신노동당’ 노선을 내걸고 3연임에 성공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이 정치적 중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 노동당 선거운동을 이끌었던 피터 만델슨도 “신노동당 노선을 포기한 것은 끔찍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사퇴한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의 후임으로 5년 전 그에게 패한 뒤 정계를 떠난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의 복귀설마저 나온다. 데이비드는 ‘정통 좌파’로 불리는 동생 에드와 달리 블레어 계열의 우파 성향 노동당 정치인이다.

‘신노동당’은 1994년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면서 내걸었던 노선이다. 노동당의 상징을 붉은 깃발에서 붉은 장미로 바꾼 그는 “노동당은 노동계급의 정당이 아니라 ‘중간계급’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제3의 길’을 주창하며 ‘평등과 복지’보다 ‘시장과 경쟁’을 앞세운 것이다. 당시 총선에서 4번이나 내리 패했던 노동당은 중산층 끌어안기에 성공하며 1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하지만 신노동당 시절 복지예산 축소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면서 블레어는 ‘바지 입은 대처’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고, 노동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은 등을 돌렸다. 지나친 금융시장 규제 완화로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까지 맞았다. 보수당이 2010년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신노동당’의 실패 덕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신노동당 노선을 폐기하고 ‘좌파 노선’으로 복귀하자 이번에는 중산층이 등을 돌렸다. 전통적 지지층과 중산층 사이에 낀 노동당의 딜레마인 셈이다.

“민심, 복지 확대 반대”는 과잉해석… 노선 놓고 갈등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선거에서 일부 중산층은 밀리밴드의 ‘부자증세’에 등을 돌렸고, 일부 저소득층은 영국독립당 같은 ‘반이민’ 극우 포퓰리즘에 표를 던졌다”면서 “여기에 영국의 육체 노동인구가 급감하고 노조·정당가입률 등이 급락하는 등 전체 사회구조적인 변화도 노동당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노동당의 이번 패배가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내에서도 특히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인 영국에서는 각종 사회태도지수를 보면 복지 확대 찬성률이 훨씬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실업수당과 공공부조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건강보험(NHS)이나 교육 같은 보편적 복지는 증세를 해서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론이 노동당의 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노동당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스웨덴처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자신이 내는 세금이 결국 혜택으로 돌아오리란 믿음이 있다”면서 “그러나 노동당 집권 기간 동안 금융위기가 왔다는 불신이 높기 때문에 ‘복지확대’에 대한 열망이 노동당의 표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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