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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재건축 민원·인사 청탁… 찰스 왕세자 ‘흑거미 메모’ 파문

국제뉴스/국제인물

by 정소군 2015. 5. 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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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가디언, 10년 소송 끝 승소

ㆍ왕실 국정 개입 내용 공개

영국 찰스 왕세자(66)가 왕실의 정치중립 원칙을 깨고 국정개입을 시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가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부에 피력한 비밀서한들이 무더기 공개됐기 때문이다. 왕실을 보호하기 위해 수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으며 언론사와 소송까지 했던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크다.


가디언은 13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공개된 왕세자의 서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서한은 알아보기 어렵게 휘갈겨 쓴 찰스의 필체가 흑거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일명 ‘흑거미 메모’라고 불린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4월 사이 작성된 27개의 편지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비롯해 산업부·보건부 등 7개 주요 부처 장관들에게 발송됐다.

서한에는 이라크전 군장비 교체 요청과 같이 중대 현안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왕세자의 숨은 의도를 의심케 하는 사안도 많다. 자신의 건축재단이 연관된 병원 부지의 재건축을 청하거나 소에 결핵균을 옮기는 오소리를 도태시켜 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농민을 상대로 한 대형 슈퍼마켓의 횡포를 단속할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앉혀달라는 청도 있었다. 가디언은 “일부 서한은 찰스 왕세자의 아주 세밀한 개인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흑거미 메모’ 공개를 위해 10년간 정부와 법정다툼을 벌였다. 영국 정부는 “차기 군주가 될 왕세자의 정치적 중립 이미지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수 있다”며 필사적으로 서한 공개를 막았다. 영국 정부가 소송을 위해 쏟아부은 세금은 40만파운드(약 7억원)에 달한다. 

가디언 편집장인 앨런 러스브리저는 “왕실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똑같이 투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정부가 왕세자 로비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이만큼의 돈을 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찰스 왕세자는 서한의 공개에 실망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세자는 왕위에 오르면 ‘진심어린 개입’을 하겠다면서 정치개입을 경계해온 모친과 대비되는 태도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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