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규탄
프란치스코 교황이 1차 세계대전 중 오스만 제국(현 터키)이 저질렀던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제노사이드’(종족 말살)로 지칭하며 규탄했다. 제노사이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부인해왔던 터키는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즉각 반발했다.
교황은 12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기 기념 미사에서 “지난 세기 인류는 세 차례 거대하고 전례없는 비극을 겪었다”면서 “20세기 최초의 제노사이드로 여겨지는 첫번째 비극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닥쳤다”고 말했다.
13세기 오스만 제국에 의해 점령 당한 후 소수민족으로 전락한 아르메니아인들은 그리스도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과도한 세금 등 각종 차별에 시달렸다. 기울어가던 오스만제국이 20세기 초 독일과 손을 잡고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자 아르메니아인들은 러시아의 편에 서서 독립을 시도했다. 오스만 제국은 반역자를 처단한다며 아르메니아인 150만여명을 학살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사막을 건너 도망치다가 기아와 탈수로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 직전 200만여명에 달했던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 제국의 학살 이후 40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다수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을 20세기에 벌어진 최초의 제노사이드로 보고 있다.
반면 터키는 이 참극이 당시 오스만 제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가담하면서 발생한 내전의 일부라면서 희생자 수도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다고 부인해왔다. 터키와 군사협력이 필요한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터키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제노사이드’란 표현을 쓰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악을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은 상처에 붕대를 감지 않아 출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기억 상실은 상처를 곪게 하는 것과 같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의 기억을 존중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앙카라 주재 바티칸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교황이 ‘제노사이드’란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한 데 이어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까지 본국으로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