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살해한 1100명, 그들은 존재할 권리가 있는 ‘인간’이었다

[기고] 팔레스타인 고교 교사 누라 만수르

탱크 3930대와 F16 제트기 326대 vs 조악한 사제 로켓. 대다수가 군인인 50여명의 사망자 vs 80% 가량이 민간인인 1100명의 사망자…. 이제까지 이스라엘의 가자공격으로 6000여명의 팔레스타인들이 부상을 입었고 1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이름과 가족, 직업을 가진 ‘인간’들이었다. 웃을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그리고 딸로 이뤄진 한 가족 전체가 지난 3주 동안 흔적도 없이 몰살당하고 절멸당했다.

　

3주간 계속된 공습·포격… 도망갈 곳, 피할 곳 없어

이스라엘이 아무리 그들을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해도, 이스라엘 국회의원인 아옐레트 샤케드가 아무리 그들을 ‘뱀’이라 부르며 ‘뱀’을 생산해내지 못하도록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죽여야 한다고 외쳐도, 바일란 대학의 모르데차이 케다르 교수가 아무리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강간하라고 외쳐도, 이스라엘 총리가 아무리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인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인간일 뿐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3주 동안 대량 학살한 것은 ‘인간들’이다.

누라 만수르가 평화연대 회원들과 함께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스라엘 대사관앞에서 희생당한 팔레스타인 소년 무함마드 아부 쿠다이르 군을 추모하고 이스라엘의 폭력행위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누라는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간 뒤 경향신문에 기고를 보내왔다. 김정근 기자

가자지구 사람들은 지난 8년간 세상으로부터 격리돼 식량과 의료 시설, 식수와 전력 접근권을 차단당했다. 이스라엘은 불법적인 국경봉쇄도 모자라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가자를 공습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주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폭격과 지상군 및 해군의 포격 때문에 이제 도망갈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은 안에 사람이 있건 없건 아랑곳 않고 수만채의 가옥을 파괴했다. 지금도 수많은 시신이 무너진 건물 아래 깔려 있다. 아마도 이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철군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인도적 참사’라 부르기에도 모자라다.

부서진 수만채 가옥 밑엔 수많은 시신

가자에 살고 있는 나의 친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매우 정교하게 민간인들을 조준하고 있다. 그들은 미사일 뿐 아니라 고밀도금속폭탄(DIME), 황린탄 같은 화학무기를 병원과 학교, 모스크에 떨어 뜨리고 있다. 알시파 병원도 목표물이 됐고, 그 결과 수많은 의료진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의 피난처였던 베이트하눈의 유엔 학교마저 4대의 미사일을 맞아 안에 있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제까지 1명의 기자가 사망했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기자들이 가자지구에 들어가 취재하는 것을 막고 있다. 가자지구 동부의 알셰자이야 마을에서는 하루 만에 7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들의 몸은 사지가 찢겨져 거리에 흩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시작한 후 13대의 앰뷸런스가 부서졌고 2명의 응급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극은 지난 6월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 실종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죽음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서 촉발됐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어떤 팔레스타인 단체도 자신들이 했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애초부터 하마스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즉각 하마스의 탓으로 돌렸다. 하마스 지도부가 계속해서 여러차례 자신들은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존재할 권리가 있는 ‘인간’이었다

예닌, 라말라 등 서안지역 곳곳에 사는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에 사는 가족들을 더이상 죽이지 말라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7월21일을 ‘국가적 분노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25일에는 무려 1만여명의 시위대가 라말라에 집결했다. 이스라엘군은 예상대로 라말라에서 동예루살렘까지 행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그 결과 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15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이스라엘 규탄시위에 나섰던 누라 만수르씨 인터뷰

　

‘48년 지역’(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이스라엘 영토가 된 땅)에 거주하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나사렛, 하이파 등 48년 지역 내의 팔레스타인 마을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형제의 수호자’ 수색 작전에 의해 불법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석방과 가자지구에 사는 가족들을 지지하기 위해 시위대를 조직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931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경찰에 체포·구금된 상태이며, 수십명이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부상을 입었다.

　

현재 전세계 무슬림들이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드 알 피트르’ 축제를 열고 있는 동안, 가자에 사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은 무너진 건물 밑에 깔린 사랑하는 가족들을 꺼내기 위해 서로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과 식민주의에 맞선 가자지구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 ‘존재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고맙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