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서 ‘친러시아 드라이브 그만’ 시위 폭발
체코 대통령은 군중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다. 이웃 헝가리에서는 1만여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 두 사건의 공통 이유는 다름아닌 러시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벨벳혁명’ 25주년인 17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시민 수 천명이 친러시아 성향의 말로스 제만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축구 시합에서 퇴장을 뜻하는 레드카드와 ‘제만 타도’, ‘러시아의 속국이 되긴 싫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에 나섰다.
말로스 제만 대통령은 벨벳혁명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다가 수백명의 시위대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그의 연설은 큰 소리를 치며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제막식 도중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제만 대통령을 겨냥해 던진 달걀에 맞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근처에서도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 통신은 시위 참가 인원을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최근 한달 새 세번의 반정부 시위가 열린 바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 안나 데르는 AP통신에 “정부가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갈수록 부자가 되고 있으며 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이들밖에 없다”며 “오르반은 우리의 메시지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차관을 들여 온 바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뿐 아니라 옛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는 데 대해 서구 국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강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면서 EU의 러시아 제재를 강하게 반대해 온 국가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