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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인 경관이 흑인 청년 사살... 미 ‘흑인소요’ 되풀이되나  

정소군 2014. 10. 9. 22:30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비무장한 10대 흑인 청소년이 사망해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던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인근 세인트루이스시에서 두 달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총격에 흑인 청년이 총탄 10여발을 맞고 숨지는 일이 일어나 흑인 소요가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투데이는 9일 이 지역 남부 샤우에서 흑인 청년 본더릭 마이어스 주니어(18)가 전날 밤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지난 8월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퍼거슨시에서 18㎞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순찰 돌던 경관이 차에서 내리자 흑인 남성 4명이 도망치기 시작했다”며 “그 중 한명이 먼저 총을 꺼내 최소 3발을 발사, 대응사격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경관은 흑인 청년에게 총을 17발이나 쏜 것으로 드러났다. 총을 쏜 사람은 경력 6년의 32세 경찰관으로 사건 당시에는 비번이었다. 당시 이 경관은 부업으로 일하던 보안업체 경비를 서고 있었으나 경찰 제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경관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는 경찰의 해명과 달리 유족들은 숨진 마이어스가 무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이어스의 사촌 테요나 마이어스(23)는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샌드위치였는데 경찰이 총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면서 “(두달 전 퍼거슨에서 숨진)마이클 브라운의 비극이 또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그는 몸에 총을 16발이나 맞았다”며 명백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현장 주변에 시민 200여명이 모여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 차량 2대를 부수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주민 도렌다 타운센드(42)는 “이 지역에서 20여년을 살아 왔지만 이건 정말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경찰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