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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조 가입률이 낮은 이유...이번에는 '낡은 노동법' 고칠 수 있을까 (2021.3.10)

정소군 2022. 4. 6. 18:23

“뉴딜 이래 가장 중요한 노동 관련 법”이라 평가받고 있는 ‘단결권보호법’(Protecting the Right to Organize Act)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공화당과 기업의 반대를 뚫고 상원까지 통과해 수천만명의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공화당의 반대에 좌초된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법안의 뒤를 따를지 주목된다.

■“뉴딜 이래 가장 중요한 노동법”

미 하원은 9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단결권보호법을 찬성 225표, 반대 206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5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도입된 ‘일할권리법’(Right to Work Law)을 무효화하고, 우버와 맥도날드 같은 플랫폼·프랜차이즈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크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뺏긴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되찾아 오기 위해 대선 때부터 노동권 강화 의제에 공을 들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초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 년 9월 대선 당시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에 방문해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9일에도 성명을 내고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지면 바로 가입하겠다는 미국 노동자가 60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주정부와 고용주들이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 통과를 지지했다.

실제 갈수록 확대되는 소득 격차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악화된 노동환경 탓에 노조에 가입하길 원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갤럽 설문조사에서 노조를 지지한다는 응답율이 65%를 기록해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 토머스 코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의 지난해 연구조사에서 비노조원의 48%는 기회가 주어지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와 달리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여전히 역대 최저치 수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954 35%에 달했던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노조에 맹공을 퍼부었던 레이건 정부 시절을 거치며 큰 폭으로 하락해 2020년 3월 12.1%를 기록했다. 진보성향인 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이같은 현상은 민간 기업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어렵게 만드는 미국의 노동법 탓”이라고 지적했다.

■단결권 보호법, 어떤 내용 담았나


이날 통과된 ‘단결권보호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기존 법의 맹점을 없애고, 노동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노조 가입 자격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에게 보복을 가하는 등 연방 노동법을 위반한 고용주에게 건별로 약 5만달러(약 57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제까지 미국 노동법에는 이같은 기업 제재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EPI 2019년 보고서에서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시도했던 기업의 40%는 연방 노동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만큼 노조 방해 작업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27개 주에 도입된 ‘일할권리법’을 무력화 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도입된 ‘일할권리법’은 신규 채용된 노동자가 자동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비를 지급하도록 한 유니언숍을 금지해 노조 활동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단결권보호법은 우버 드라이버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무를 수행할 때 플랫폼 업체로부터 실질적으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고, 거래와 직업 선택 등에서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될 수 있도록 엄격한 조항을 달아 이들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공화당, 기업 반발로 상원 통과 쉽지 않을 듯

노동계는 크게 환영했다. 리처드 트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위원장은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강화하는 이 법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진정 이 나라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싶다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에 말했다.

반면 기업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고용자들을 관련없는 갈등에 휘말리게 하고, 경제를 붕괴시키고, 개개인에게 원치 않는 노조비를 내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소매협회도 “의회 최악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 통과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고 법안을 처리하려면 60명의 찬성이 필요하고, 공화당에서 최소 10명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현재로선 상원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초에도 단결권보호법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상원을 넘는 데는 실패한 바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최저임금 인상안도 지난 6일 공화당의 반발로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