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몰려오는 ‘나홀로’ 밀입국 청소년들을 어쩌나 (2021.3.15)
2월에만 9천명 넘어 전달 2배
비위생적 구금시설에 수용
멕시코서 잡히면 본국 보내
“송환해도 다시 밀입국 시도”[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인도적인 이민 정책과의 결별을 선언했지만 남쪽 국경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미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더 많은 ‘나홀로’ 밀입국 청소년이 중미 지역에서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국경 지역에선 수천명의 미성년 밀입국자들이 물과 음식,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비위생적인 구금시설에 수용돼 있다.
바이든 정부는 급증하는 미성년 밀입국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연방재난관리청(FEMA) 관계자들을 현지에 급파하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재난관리청은 통상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람과 지역을 긴급 지원하는 곳이다. 그만큼 상황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동반한 성인 없이 밀입국하다 국경에서 붙잡힌 어린이와 청소년은 9457명에 달한다. 1월의 5800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현재 국경 구금시설에 수용된 미성년자는 약 4000명까지 불어났다. 구금시설은 성인이 지내기도 어려울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2019년에는 구금시설에 장기간 수용돼 있던 미성년자들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구금시설의 미성년자는 반드시 3일 안에 보건복지부 산하 수용시설로 옮겨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절반 이상은 법적 제한 기간인 3일을 훌쩍 넘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복지부 시설 수용인원 제한은 엄격해진 반면 미성년 밀입국자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 국경 구금시설의 미성년자들은 멕시코 수용시설에 갇혀 강제송환일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형편일지도 모른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니콜(15)과 호수아(13) 형제는 그들이 제대로 걷기도 전에 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난 어머니를 만나러 나홀로 이민 행렬에 올랐다. 어머니가 밀입국 브로커에게 건넬 돈을 12년에 걸쳐 겨우 모으는 데 성공한 덕이다. 하지만 이들 남매는 미국 국경을 불과 수m 눈앞에 두고 멕시코 순찰대에 붙잡혔다. 현재 멕시코 레이노사의 한 수용시설에는 이들 같은 미성년 밀입국자 700여명이 구금돼 있는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 수용시설의 소장인 가브리엘라 소버론은 “송환을 해도 다시 밀입국을 시도하다 잡혀오는 아이들이 많아 똑같은 얼굴을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갱단의 폭력을 피해 온두라스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구금된 루이스는 아직 자신에게 2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고 밝혔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그의 부모가 브로커와 3회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경으로 몰려드는 밀입국 청소년들은 앞으로도 계속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허리케인으로 중미의 빈곤이 더 심화된 데다, 갱단도 더욱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올해 밀입국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고위 관리자는 내부 e메일에서 “올해 미성년 밀입국자가 20년래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