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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시위 진압 방위군 투입… 시위대 자극 우려

정소군 2014. 8. 18. 22:30

미국 미주리 주정부가 10대 흑인 총격 사망사건 이후 격화되고 있는 흑인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18일 주방위군을 동원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틀 연속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최루탄 등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강경 진압이 오히려 분노한 흑인들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처럼 야간 통행금지 조치와 함께 주방위군이 투입됐던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진압과정에서 50여명의 흑인이 사망하는 등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바 있다.

 

92년 LA폭동 악몽 재현 우려… 야간통금 불구 약탈 계속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이날 새벽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고의적이고 계획된 약탈 행위를 계속해 퍼거슨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통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아 시위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부가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선 것은 LA 폭동 이후 처음이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시내에서 젊은이들이 17일 경찰이 쏜 최루가스 연기 속에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다. 백인 경찰의 흑인 청년 사살로 촉발된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자 주 정부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18일 주 방위군에 동원령을 내렸다. 퍼거슨 | AP연합뉴스


AFP통신은 “17일 평화로운 행진으로 시작된 시위는 통금 시간을 앞두고 방독면을 쓴 무장 경찰이 나타나면서 험악해지기 시작했다”면서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10대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의 1차 부검 결과 백인 경찰이 쏜 여섯 발의 총알이 머리, 눈, 가슴 등을 관통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도 시위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흑인들은 맥도널드와 도미노 피자, 레스토랑, 미용품 상가 등을 닥치는 대로 습격하고 있다. 한인 상가도 최소 7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요사태의 혼란을 틈타 일어난 총기 발사 사건으로 이날 현재 1명이 사망하고 여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주방위군의 투입 결정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이미 흥분 상태에 빠진 시위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면서 “퍼거슨 경찰은 LA폭동 등 과거의 사례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흑백 갈등이 빚어낸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LA폭동은 여러 측면에서 이번 퍼거슨 소요사태와 비교되고 있다. 1991년 백인 경찰 4명이 과속으로 적발된 흑인 로드니 킹을 별다른 이유없이 무차별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돼 큰 논란이 일었다. 


조용히 사그라들 수 있었던 이 사건은 킹에게 영구적인 청각 손상을 입힐 만큼 가혹하게 구타한 백인 경찰들이 이듬해 법원으로부터 경미한 처벌만을 선고받으면서 폭동으로 이어졌다. 퍼거슨 흑인들의 시위도 한때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퍼거슨시 경찰이 편의점 폐쇄회로 TV 화면 공개를 통해 브라운을 절도범으로 몰아 백인 경찰의 정당방위를 주장하려 하자 다시 불이 붙었다.

 

피살 브라운 1차 부검 결과 머리·가슴 등 6곳에 관통상


LA 폭동 당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번처럼 통금령을 내리고 시위 둘째날부터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경찰의 실탄 발사와 방위군 투입으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졌고 이 과정에서 흑인 53명이 숨지고 2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LA 남가주대학의 조디 아무르 교수는 “LA폭동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중무장한 경찰이 시민들과 대치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면서 “퍼거슨 경찰은 군사적인 대응방식이 가져올 역효과를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1년 백인 경찰의 흑인 소년 총격 사건으로 역시 소요 사태가 빚어진 경험이 있는 신시내티의 전 경찰 서장인 톰 스트레이처는 “퍼거슨시는 신시내티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 구성원을 (강경진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갈등 해결의 파트너로 삼아야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신시내티 TV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