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보리스 넴초프 추모 시위, 7만여명 모스크바 모여

정소군 2015. 3. 2. 22:30

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추모 시위에 최대 7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에 대한 추모 열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은 물론 폴란드·리투아니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 광장에 모인 7만여명(경찰 추산 2만여명)의 시민들은 넴초프의 사진과 러시아 국기를 든 채 “나는 보리스다” “나는 (크렘린이) 두렵지 않다”고 외치며 그가 암살당한 다리까지 행진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6000여명이 참가한 추모 집회가 열렸으며 폴란드,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각지에서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집회는 2011~2012년 10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던 ‘흰색 리본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선거 의혹에 반발한 시민들은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 리본을 달고 푸틴의 장기집권에 저항한 바 있다.

 

넴초프 피살 사건 이후 결집된 시민들의 추모 열기가 3일 넴초프의 장례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로 옮겨붙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80%가 넘는 대다수는 여전히 푸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이번 시위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넴초프 추모 열기, 러 야권 ‘구심력’ 될까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55)가 암살당하기 직전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규모 반정부 집회 ‘봄의 행진’은 결국 그를 위한 추모 행진이 됐다. 1일 모스크바 광장에서 열린 넴초프 추모 시위에 시민들은 제각기 러시아식 장례식 전통대로 카네이션과 장미를 짝수로 맞춘 꽃다발과 넴초프의 사진, 러시아 국기 등을 들고나왔다.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뜻으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나온 사람도 있었다. “나는 두렵지 않다”고 쓴 팻말도 보였고, 2011년 반푸틴 시위에 등장했던 “푸틴 없는 러시아”라는 구호도 다시 등장했다.

3일 치러질 장례식 계기 반정부 시위 확산 촉각

이날 시위에 참여한 마리나 네프스카야는 “원래 오늘 시위에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의 죽음이 나를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더 이상 내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암살당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넴초프, 우리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AP연합뉴스


추모 시위대는 크렘린궁 담장을 따라 넴초프가 피살당한 현장인 크렘린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방향으로 행진했다.

넴초프 추모 행렬이 러시아에서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될 수 있을까. 모스크바에서만 7만여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2011년 총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증폭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10만여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흰색 리본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 리본시위가 본격적인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면 러시아에 ‘백색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때 제기됐지만, 시위는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수그러들었다.

지리멸렬 야권 한계 여전

러시아 사회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크림반도 병합을 두고 첨예하게 갈라져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대서방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한 푸틴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특히 야권이 지리멸렬하게 분열돼 있어 푸틴의 대항세력이 될 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넴초프가 살해당하기 전 야권은 ‘봄의 행진’ 시위 장소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따로따로 시위를 열겠다며 다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 역시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제재가 맞물려 푸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넴초프 암살을 계기로 야권이 뭉치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2011년과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3일 넴초프의 장례식을 계기로 시위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