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신도 모른다…그리스, 운명의 1주일

정소군 2015. 6. 23. 15:56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시한이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30일까지 유로존 채무국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부채 16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다급해진 유로존 19개국 정상들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디폴트를 선언하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길로 가게 될까. 그리스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3가지로 정리했다.

 

 


①기한 내 협상타결
 현재로선 그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리스 정부가 연금 삭감 등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는 집권 좌파연합정당인 시리자 내 분열을 불러와 국회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채권단이 그리스에게 대폭 양보할 경우 이는 “우리 세금을 그리스에 낭비하지 말라”는 유로존 각국의 반발에 부딪쳐 의회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다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미집행분인 72억유로를 지원받아 이달 말 예정된 IMF 부채 뿐 아니라 오는 7~8월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중앙은행(ECB) 부채를 상환해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난관의 시작일 뿐이다. 그리스는 국가부채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육박해, 부채를 일부 탕감받거나 3차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지속불가능한 상태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3차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새로운 줄다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②디폴트 후 재협상
 

정해진 시일 내에 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30일 동안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더이상 시한 연장은 없다”던 IMF의 완강한 태도에 비춰볼 때 그리스에 어떤 조치가 취해질 지는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디폴트 선언과 관계없이 그리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이탈) 사태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 경우 그리스는 예금인출을 제한하는 자본통제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높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자본통제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그리스의 주식과 금융상품 거래를 중단하는 등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폴트가 곧바로 그렉시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채권국들 역시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양측이 디폴트 후에라도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면, 단기적인 혼란은 예상되지만 최소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막을 수 있다.


③디폴트 후 그렉시트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고 ECB마저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을 중단할 경우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그리스가 이제까지 계속되는 뱅크런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ECB가 그리스 은행들에 830억유로 이상의 긴급자금을 융통해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ELA가 중단되면 그리스는 유로화 이전에 쓰던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그렉시트가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내 비중이 높지 않고 대부분 공적 부채라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내놓는다. 하지만 그렉시트는 환부만 깨끗이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보다 유혈이 낭자한 대수술이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단 그리스는 드라크마로 돌아갈 경우 35%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또 유로존 위기가 확산돼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폴란드·헝가리 등 EU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로 치러야 할 비용이 이득보다 크다”면서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의 합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