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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시의 이집트' 어디로 가나  

정소군 2014. 5. 27. 14:33

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20대 청년 마흐무드 살렘은 25~26일 열린 이집트 대선 첫날 압델 파타 엘시시 후보를 찍었다. 엘시시는 지난해 7월 쿠데타를 일으켜 ‘아랍의 봄’으로 탄생한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몰아낸 군부 출신 인물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시시는 7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2위인 함딘 사바히 후보는 엘시시의 쿠데타를 열렬히 지지한 ‘들러리’에 불과한 데다 지지율이 2%대에 머물러 엘시시의 당선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영원히 대통령 할지도” 우려에도 대선서 엘시시 찍어


살렘은 “엘시시는 대통령 임기 제한인 8년이 지난 후에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마 영원히 대통령을 할지도 모른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엘시시의 당선이 1956년~2011년까지 이어져 온 군부독재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살렘이 그를 찍은 것은 낯선 민주주의가 가져온 과도기적 혼란보다 익숙한 독재가 주는 안정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후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불안정하던 경제가 더욱 악화됐다. 관광수입이 끊기면서 재정악화가 심화되고 물가가 급등했다. 실업률은 14%까지 치솟았다. 

 

엘시시의 당선은 당분간 이집트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형제단이 지원하는 무르시 정권이 눈엣가시였던 걸프 국가들이 엘시시에게 150억달러(약 15조3500억원) 원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파루크 소사 시티그룹 중동경제 분석가는 “엘시시 정권이 들어서 정치가 안정되면 해외 투자 유치도 늘어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엘시시 역시 무바라크와 무르시 정권의 붕괴를 야기한 이집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이집트는 ‘보조금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르는 예산을 식품과 에너지 등 각종 보조금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식품과 에너지를 수입해 쓰다보니 외환보유고는 2011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엘시시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국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보조금 제도를 뜯어 고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강한 국민적 저항이 예상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고질병’ 보조금제·형제단과 갈등 등 혼란 불씨로


무슬림형제단과의 갈등도 향후 정국 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이후 자신에게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 1400여명을 살해하고 1000여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엘시시는 “대통령이 되면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을 아예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밝혀 대대적인 탄압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이슬람 세력과 이집트 최대 청년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선을 모두 보이콧했다. 

 

중동 외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이집트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은 ‘쿠데타 정권’을 돕는다는 비판을 무릅쓰고도 최근 엘시시에게 군사원조 일부를 재개했지만, 이 같은 엘시시 정권의 대량학살 우려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군사·경제적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