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이스라엘인 4명 사망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예루살렘이 다시 전운에 휩싸이고 있다. 예루살렘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 팔레스타인인 2명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사건으로는 6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다. 최근 이·팔 간 민간인을 겨냥한 보복 공격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번 사건이 앞으로 더 큰 비극의 전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경찰은 18일 오전 7시쯤 서예루살렘 하르노프 지역의 한 시나고그에 팔레스타인인 2명이 난입, 기도 중이던 이스라엘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권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4명은 중태라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이 18일 예루살렘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희생자의 시신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예루살렘 | AP연합뉴스
피해자 중 3명은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1명은 영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인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 소속으로 동예루살렘에서 온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서 사살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이스라엘인은 현지 TV에 “흉기를 들고 달려든 범인에게 머리에 쓴 베일을 붙잡혔지만, 벗어버리고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08년 유대교 세미나에서 총기 난사로 8명이 숨진 이래 유대교 시설·행사를 겨냥한 공격 중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이스라엘은 강도 높은 보복을 예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은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라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 버스 운전기사의 죽음에 따른 대가”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예루살렘의 한 차고지에서 사다리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된 아랍인 버스기사 유세프 알라무니(32)의 죽음을 지목한 것이다. 이스라엘 경찰은 알라무니가 자살한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극우 유대인에 의한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시위를 벌였다. 알라무니의 형은 “동생의 몸에서 폭행당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상호 공격으로 피살당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돼왔다. 이스라엘인들이 무슬림 성지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에 정착촌을 계속 확장해 나가자 팔레스타인인들은 민간 유대인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피살당한 이스라엘인은 모두 6명이다. 지난 16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유대민족국가로 선포하겠다”면서 유대민족국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