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조사위 “국제재판 회부, 김정은도 포함 가능”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에서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가 국가정책에 따라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리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제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의 반대 등으로 이 같은 권고가 실제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적지만, 국제 사회가 처음으로 북한의 ICC 회부까지 거론하면서 적극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조사위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370여쪽에 달하는 북한인권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해 3월 설치된 조사위는 지난 11개월 동안 서울,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탈북자 증언 등을 토대로 고문, 자의적 구금 등 9개 분야의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왔다.
중국과 북한의 반대로 북한을 직접 방문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조사위는 그동안 얻은 자료만으로도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국가정책에 따라 자행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되며, 이는 북한의 체제 유지, 지도층 보호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혁과 함께 국가보위부 등 국가기관은 물론 수령을 포함한 개인의 형사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에 따라 북한을 ICC에 회부해 ‘인도에 반한 범죄’ 책임자를 대상으로 제재를 실시하고,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담당할 조직을 설치해야 하며, 인도적 대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국제사회 및 유엔에 권고했다.
조사위의 이번 권고는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인도에 반한 범죄’로 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R2P(Responsibility to Protect·국민보호책임) 개념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다. 이는 특정국가가 반인도 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무아마르 카다피의 학살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처음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ICC에 실제 회부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ICC 회부권한이 있는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이 반대할 경우 사실상 제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인권문제를 ICC에 가져가는 것은 한 국가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다음 달 17일 유엔 인권위 제25차 정례회의에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를 정리해 정식 보고할 예정이며, 유엔 인권위는 이를 토대로 다음달 말쯤 후속조치 등을 담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