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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열리는 시리아 대선  

정소군 2014. 5. 29. 14:28

다음달 3일 열리는 시리아 대선에 앞서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레바논에 살고 있는 수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베이루트의 시리아 대사관으로 몰려들면서 28일 도시 일대가 마비됐다. 


레바논에는 레바논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100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살고 있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초상화와 시리아 국기로 치장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BBC방송은 “세계 어느 나라의 재외국민 투표소에서도 이만한 인파는 보기 드문 풍경”이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이번 대선은 16만명의 사망자와 280만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시리아 내전이 아직도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열리는 선거다. 4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 온 아사드 가문을 몰아내기 위해 2011년 시작된 내전은 현재 아사드 대통령의 승리로 기울고 있다. 


대선에는 아사드 대통령을 포함해 3명이 출마했다. 독재국가인 시리아에서 여러 후보가 경쟁을 벌이는 대통령 선거는 5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후보는 시리아 사람들이 이름조차 잘 모르는 정치인이라 사실상 이번 선거 역시 아사드의 단독 출마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 43곳의 대사관에서 열리는 재외국민 투표는 시리아 대선의 방향타로 여겨진다. 알자지라는 아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권했을 것이기 때문에 대사관에 모여든 인파 대부분은 아사드에 표를 행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정부군 진압을 명목으로 비인도적 살상무기인 통폭탄과 화학무기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해 수많은 어린이와 민간인을 죽인 아사드에게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시리아 국민들의 심정은 복합적이다.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온 움 모하마드는 “나는 바샤르가 싫다”면서도 “하지만 레바논에서 우리는 낯선 이방인 신세일 뿐”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난민 신세로 계속 사느니 차라리 사실상 승기를 잡은 아사드가 빨리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다. 또 아사드를 찍지 않으면 고향에 있는 가족이 아사드 정권에게 탄압을 받을 우려와 레바논에 있는 아사드 지지자들에게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 어쩔 수 없이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내전에 합류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잡는 것이 더 두려워 시리아인들이 차악인 아사드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시리아 라카에서 피난 온 아흐메드는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나를 치욕스러운 난민으로 전락시킨 그에게 표를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소에는 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아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선거권이 없는 18세 미만도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 부정개입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