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또 사망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한국인 여대생이 피살된 지 3주 만에 또다른 20대 한국인 남학생이 워킹홀리데이 도중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19일 퀸즐랜드주 경찰은 이날 오전 브리즈번 남서부 앨지스터의 한 주택 뒷마당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지난 16일 실종된 한국인 김모씨(28)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브리즈번 한인회를 통해 한국에 있는 김씨의 가족을 수소문해 이 사실을 알렸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1시30분쯤 1만5000호주달러(약 1400만원)를 한국 돈으로 바꾸기 위해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 ‘검트리’를 통해 알게된 사람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김씨의 하우스메이트인 박모씨는 “최근 한인 여대생이 피살된 사건 때문에 걱정이 돼 ‘그렇게 큰 돈을 들고 나가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김씨는 ‘이 사람이 제시한 환율이 가장 좋다’며 혼자 집을 나섰다”고 브리즈번타임스에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이용해 2년 가까이 호주에 체류해 온 김씨는 그동안 브리즈번 인근의 육류공장 등에서 일해왔다. 음악가 지망생인 그는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호주에서 번 돈을 원화로 바꾸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과 여성 2명을 김씨 살해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시드니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범인들도 한국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월 말에는 워킹홀리데이 참가 여대생 반모씨(22)가 브리즈번 도심에서 새벽 청소일을 하기 위해 일터인 시내 호텔로 가다가 10대 백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호주는 지난해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4만8500명 중 70%가 호주행을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나라이다. 하지만 3주 간격으로 두 명의 워킹홀리데이 학생이 피살되면서, 호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브리즈번 한인회는 반씨가 피살된 후 “이른 새벽에는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라”며 “위급상황시에는 한인회나 총영사관에 즉시 연락하라”는 안전지침을 전파해 왔다. 김씨를 찾기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소문해 온 한인회는 김씨가 결국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자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현지 수사 관계자는 “김씨 사건은 (한국인이 범인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반씨 사건과 조금 성격이 다르다”면서 “하지만 아시아계 학생은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브리즈번타임스에 말했다.
외교부와 주 시드니 총영사관은 사건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현장에 담당 영사를 급파하여 현지 경찰과 협조토록 조치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