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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모래톱에 한그루, 한그루...여의도보다 2배 넓은 숲 일구다

정소군 2014. 10. 20. 20:35

인도판 '나무를 심은 사람' 51세 자다브 파잉

 

 인도 북동부의 아삼주에는 브라마푸트라 강에 둘러싸인 마줄리 섬이 있다. 몬순철만 되면 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해마다 거대한 모래톱이 새로 생겨나는 척박한 땅이다. 이 곳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3.41㎦)보다 넓은 ‘모라이의 숲(5.5㎦)’이 있다. 자다브 파잉(49)이라는 인도의 한 촌부가 섬을 살리기 위해 30년 동안 혼자 맨손으로 한그루씩 나무를 심어 일궈낸 생명의 숲이다.

 


 숲의 시작은 1979년 파잉이 17살이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범람한 강물이 빠져나간 모래톱 위에 셀수 없이 많은 뱀의 사체들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뱀들은 그들을 보호해 줄 나무가 없어서 말라 죽은 것이었어요. ‘대학살’과 다를 바 없었죠. 산림부에 전화를 걸어 이곳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이 아니라면서 정 하고 싶으면 저보고 직접 대나무를 심으라고 하더군요.” 그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 책을 쓴 것이 1953년이었지만 파잉은 지금도 장 지오노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대나무를 심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모래톱에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기 시작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고독한 삶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해가 뜨면 나무에 물을 주고 해가 지면 되면 가지를 치는 나날이 계속됐다.

 몇년이 지나자 모래톱 위에는 빽빽한 대나무 숲이 생겨났다. 그는 이제 ‘진짜 나무’를 심기로 결심했다. 마을로 가서 어린 묘목과 함께 온몸을 물어 뜯겨 가며 빨간 개미를 잔뜩 모아왔다. 개미들은 모래톱을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그렇게 또다시 12년이 흘렀다. 한그루 한그루 심은 나무들은 어느새 수많은 식물들이 군락을 이룬 거대한 숲이 됐다. 숲이 생기자 야생동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벵갈호랑이와 코뿔소, 코끼리떼까지 몰려들어 이곳을 집으로 삼았다. 사람들은 파잉의 애칭을 따서 이 숲을 ‘모라이의 숲’이라고 불렀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 마줄리섬에 여의도 2배 넓이의 숲을 일궈낸 자다브 파잉이 척박한 모래톱 위에 어린 묘목을 심고 있다. | 다큐멘터리 영화 <포레스트 맨> 캡처


 인도 아삼주 산림부는 센트럴파크보다 큰 모라이의 숲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2008년이 되어서야 파악했다. 그것도 야생 코끼리떼 100여마리가 숲을 벗어나 마을 인근을 배회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덕분이었다. 산림부 직원인 구닌 사이키아는 “일부 주민들은 야생동물이 마을까지 찾아 온다면서 숲을 베어버려 달라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파잉은 그때마다 ‘나무를 베기 전에 차라리 날 베라’며 숲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30년동안 이렇게 거대한 숲을 만들어 내다니 아마 다른 나라에서였다면 파잉은 영웅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잉은 지금도 거대한 ‘모라이의 숲’ 한복판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다. 이제는 아내와 세 아이도 함께하고 있다. 숲속에서 소를 키우고 우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왜 나무를 키우냐는 언론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자연은 우리에게 식량을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인간들이 동물을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그의 삶은 캐나다 영화감독인 윌리엄 더글러스 맥마스터에 의해 ‘포레스트 맨’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올해 칸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정유진기자 sogun77@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