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아래 사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사로서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양측에 휴전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엘시시 대통령, 국제무대서 인정 받으려는 의도”
이집트 정부는 외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모든 팔레스타인 세력은 15일 오전 9시를 기해 일단 휴전을 한 후 서로의 요구 조건을 놓고 장기적인 평화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토니 블레어 유엔 중동특사도 휴전 논의를 위해 카이로로 향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이날 현재 19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집트의 휴전 제안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집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마스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원래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하마스의 오사마 함단 대변인은 “이집트의 중재안은 이스라엘을 도우려는 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하마스 조직원 석방과 이스라엘·이집트의 국경선 봉쇄조치 완화를 약속받기 전까지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 시점이 지난 후에도 이스라엘 남부 아슈도드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하마스가 끝내 휴전안을 거부할 경우, 오히려 이스라엘의 공습에 명분을 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6시간 동안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했다가 하마스가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핑계로 공습을 재개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안 거부 핑계로 공습 재개
아랍연맹의 맏형 격인 이집트는 이·팔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늘 막후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2012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당시 양측의 휴전협상을 이끌어낸 것도 이집트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마스의 정신적 지주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인물이 엘시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엘시시는 집권 후 가자지구와 인접한 시나이반도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테러에 하마스가 연관돼 있다며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집트 정치분석가 이산드르 엘아므라니는 “이집트는 하마스를 돕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며 “국제무대에서의 역할을 인정받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중재자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마스는 그동안 “터키나 카타르면 몰라도 이집트의 중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터키와 카타르가 반이스라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구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중재국은 이집트밖에 없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쿠데타 정권’인 엘시시에게 군사원조를 재개한 것도 이·팔 분쟁 등에서 이집트가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었다.
미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우리는 이집트가 (이·팔) 휴전을 촉구한 것을 환영하며 이로써 속히 상황이 진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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