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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취약 중산층’중 10억명 빈곤층 추락 위기

국제뉴스

by 정소군 2014. 4. 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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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동안 수십 억명의 사람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나 힘겹게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빈곤층과 중산층 사이에는 놓인 것은 ‘미끄러운 사다리’ 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이 미끄러운 사다리에 바둥바둥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자체 분석 결과 10억명에 달한다고 13일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은 선진국에서 흔히 말하는 중산층과 기준이 다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하루 2달러 이상을 벌면 중산층에 진입한 것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하루 1.5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개도국에 워낙 많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122개 개발도상국에 대한 세계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현재 하루 2달러도 못 버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약 37%(24억명)이다. 이는 빈곤층이 58%에 육박했던 30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빈곤층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이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미끄러운 사다리’에 매달려 있는 취약 중산층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탄탄한 중산층이 되려면 적어도 하루 10달러 이상은 벌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 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하루 2~10달러를 버는 사람은 28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40%에 달한다. 더욱이 빈곤층을 갓 벗어난 이들 취약 중산층 중 3분의 1에 달하는 9억5200만명은 빈곤층 기준을 약간 넘는 하루 2~3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외부 충격에 극히 취약해, 가뭄 등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다시 빈곤층으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빈곤선 아래 놓여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1년 전만 해도 중산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호미 카라스 경제수석연구원은 “이들 취약 중산층은 세계 소득분포에서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계층”이라며 “더이상 손 놓고 보면 안될 수준에 이르렀다. 이들을 탄탄한 중산층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이같은 미끄럼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평균 2~2.5%포인트 가량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해 극빈층 노동자 계층의 감소 비율이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인 2.7%에 머물렀다면서, 경기둔화가 개도국의 노동자들에게 이미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개도국은 취약 중산층이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국가적인 사회 안전망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세계 경기 둔화가 미칠 영향과 맨 몸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선진국에서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개도국의 절대 빈곤층을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경기둔화가 오래 지속될 경우 지난 30년 동안 이룩한 성과가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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