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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비판했던 아마티아 센, 대학 총장에서 쫓겨나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15. 2. 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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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이 석연찮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대학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인도 총선 당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성향을 여러차례 비판한 바 있다. 모디 정권이 눈엣가시인 그를 쫓아내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3일 보도했다.

 

현지언론 NDTV 등에 따르면 센은 지난 19일 “이 정권은 내가 계속 총장직을 수행하길 원치 않고 있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란다 대학은 6~7세기 인도 최대의 불교대학이었지만 힌두교의 박해로 불에 타 수백년 간 폐허로 방치됐다.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지난해 800년 만에 문을 다시 연 이 대학은 세계적인 석학인 센 박사를 초대 총장으로 초빙했다.

 

오는 7월 총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대학 이사회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총장 임명권을 가진 외교부가 한달 넘게 허가를 내주지 않자 결국 센은 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대학 운영 방침에까지 압력을 넣는 정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가 논란이 되자 외교부는 “대학 측이 승인 요청안을 늦게 보내 아직 검토하지 못했을 뿐 외압설은 터무니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대학 이사회는 “한달 전에 요청안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센은 빈곤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틀을 완성시켜 ‘경제학의 양심’이라 불린다. 그는 지난해 총선 당시 “모디가 총리가 되면 무슬림 등 소수집단에 대한 박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그를 찍어선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모디는 2002년 구자라트 주 총리 시절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무슬림 학살을 방조한 인물”이라며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그 사건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디는 집권 전 “모든 종교를 포용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며 비판을 무마했으나, 센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모디는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첫 방문지를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로 잡으며 힌두 민족주의 색깔을 드러냈다. 중앙정부 공용어를 힌디어로 바꾸려다 거센 반발에 물러서기도 했다. 12억 인도 인구 중 힌디 사용자는 41%에 불과하며 지역·부족별로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정부 공식 언어로는 주로 영어를 써왔다. 

 

인도는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이지만 무슬림도 13%에 이르며 기독교도, 시크교도 등 여러 소수 종교가 있다. 힌두 극단세력의 소수집단 공격은 인도의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모디 총리 취임 이후 힌두 급진주의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디가 속한 인도국민당(BJP)의 모체 격인 힌두 극우단체 민족봉사단(RSS)은 “무슬림과 기독교도들을 ‘해방’시켜주겠다”면서 지난해 강제 개종을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모디는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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