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기간·대상 축소
일요일 사전투표 금지도
유색인종 겨냥한 법안들
43개주서 253개 쏟아내[경향신문]
미국 공화당이 사전투표 제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해 ‘짐 크로법’ 시대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은 유색인종의 투표권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한 사전투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부정 투표” 주장을 펼쳐왔다. 공화당은 실제 다음 선거에 대비해 주 단위에서 사전투표를 제한하려는 입법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부적인 투표 절차 및 일정은 각 주정부가 결정하도록 돼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뉴욕대 로스쿨 산하 브레넌 센터는 16일(현지시간) 공화당 주의원들이 발의한 투표권 축소 법안은 43개 주에 걸쳐 무려 253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해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던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에서도 투표권 제한 법안들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2024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한층 유리해진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의회에는 우편투표 시작일을 5일 늦추고 선거일 전 마지막 목요일 소인이 찍힌 우편까지만 유효표로 인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는 선거 당일 우체국에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모두 인정하도록 돼 있다. 이외에도 투표소 개수를 줄이거나, 심지어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받더라도 제출은 우편이 아닌 반드시 직접 손으로 건네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조지아에서는 7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편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일요일에 사전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일요일 사전투표 금지는 흑인 교회를 겨냥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조지아의 흑인 교회들이 열정적인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인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22년 만에 승리한 민주당 후보가 됐다.
CNN은 “법안이 통과되면 흑인 유권자 4만8000명의 투표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하게 승리할 수 있었던 1만2000표 차이보다 많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흑인 유권자 단체인 ‘흑인 투표가 중요하다’ 공동 창립자인 클리프 올브라이트는 “명백히 흑인 투표권을 겨냥한 법안들”이라며 “짐 크로 시대의 부활을 노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애리조나의 공화당 주의원 존 카바나는 “투표는 양보다 질이다. 모든 사람이 투표할 필요 없다”고 말해 짐 크로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1830년대 미국 코미디 뮤지컬에서 백인 배우가 연기한 바보 흑인 캐릭터에서 이름을 따온 이 법은 19세기 말 흑백 인종분리를 정당화했다. 특히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문맹시험’ 등의 교묘한 수단을 동원하는 근거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맞서 지난 7일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기관에 유권자 등록 확대 계획을 200일 안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연방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지난 3일 사전투표를 최소 연속 15일간 실시하고 우편투표 신청을 확대하는 내용의 투표권 확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으로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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