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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성경, 자본론…인류 문명의 전환기엔 책이 있었다 [화제의 책]

by 정소군 2022. 3. 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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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불멸의 서 77
ㆍ제임스 노티 등 지음·서미석 옮김
ㆍ그림씨 | 256쪽 | 2만8000

역사의 변환점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쇄술로 제작된 <구텐베르크 성경>은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공산주의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그래서 책의 역사는 곧 문명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인류의 정체성을 일깨운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5명의 역사가·저술가들이 기원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 불멸의 흔적을 남긴 77권의 책을 선정해 소개한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으로 꼽히는 것은 4000년 전 점토판에 쓰인 고대 수메르의 서사시 <길가메시>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책은 대부분 파피루스나 양피지, 종이에 손으로 쓴 것을 엮은 필사본이었다.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된 까닭에 책은 힘있는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값진 물건이었다. 실제 기원후 800년 무렵 수많은 수도사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작업한 <켈스의 서>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채색돼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 됐다.

구텐베르크 성경

책은 단순히 지적 만족을 주는 도구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책은 때로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내는 역사의 주체이기도 했다. 18세기 중반 드니 디드로가 편찬한 <백과전서>는 흩어져 있는 정보를 망라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지식은 왕과 귀족들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사실을 전파함으로써 계몽주의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창조론을 뒤흔들며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지금의 세계를 만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토대를 구축했다.

자본론



켈스의 서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미국 흑인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 한몫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해석되며 후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 책에는 ‘불멸의 서’로 꼽힌 77권의 사진과 삽화가 컬러로 실려 있어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제작비가 높아 출판사가 출간을 포기할 뻔했지만, 한국의 출판계 상황을 이해해준 영국 본사에서 특별 제작비를 적용시켜줬다고 한다.

사진 그림씨 제공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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