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굶는 소들 위한 국립공원 개방 곧 끝나…목장주들 방목 연장 요구에 환경단체 반발
호주의 국립공원들이 “소들에게 풀 뜯어 먹을 권리를 허해달라”는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뭄으로 목초가 부족해 굶어죽는 소들이 늘어나자 목장주들이 정부에 국립공원 개방을 연장해 달라며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북동부의 퀸즐랜드주는 세계 2위의 쇠고기 수출국인 호주 목축업의 핵심 지역이다. 호주가 키우는 소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몰려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줄곧 비가 내리지 않아, 퀸즐랜드주의 절반 가까이가 가뭄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 면적을 따지면 독일과 프랑스를 합한 것보다 넓다.
굶어 죽는 소들이 속출하자 호주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주의회는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소들이 5개의 국립공원 안에 들어가 풀을 뜯어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을 지난 5월 통과시켰다. 주정부는 소들을 국립공원까지 실어나르기 위해 수송편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달 말 개방시한 만료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목장주들은 개방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주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퀸즐랜드의 무타부라 마을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브라 비니는 “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 포레스트 덴 국립공원에서 쫓겨나면, 우리 소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내가 총으로 쏴 죽이거나, 아니면 굶어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을 관장하는 스티브 딕슨 장관은 “개방 연장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환경단체들은 “소들이 국립공원에 들어간 이후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오히려 잡초가 더 번식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발했다.
남부 빅토리아주에서도 소들이 고산지대의 풀을 뜯어먹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목장주들의 요구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목장주들은 “소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잡초를 뜯어먹으면 산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목축업을 장려하는 연방정부는 “적극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타즈매니아 대학의 그랜트 윌리엄슨 박사는 “연구 결과, 고산지대에 소를 풀어 놓는 것과 산불 예방효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