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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나을 거에요" 에볼라 환자 돕는 생존자들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14. 10. 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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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 생존자인 살로메 카르와가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치료센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

 

라이베리아의 한 민간 병원 간호조무사였던 살로메 카르와(25)는 수도 몬로비아의 에볼라 치료센터인 엘와 병원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이곳은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곳이다. 지난 8월 그는 이곳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어머니와 아버지가 고통 속에 숨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자신 역시 에볼라에 감염돼 이곳에 격리됐다.


 한달여 간 에볼라와의 사투 끝에 살아남은 카르와는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에볼라 치료센터에 근무를 자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전했다. 에볼라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생존자에게는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되지만 그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해져 말라리아 등 다른 열대성 전염병에 취약한 상태다. 무엇보다 그곳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고통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과 가족들을 돌봐준 의료진을 돕고 싶었다. “그들은 나에게 먹을 것을 떠먹여주고, 씻겨주고, 꼭 살아남아야 한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어요. 그들 덕분에 전 살아남았어요. 이젠 제가 누군가를 도울 차례죠.”


 현재 엘와 병원에는 그녀 외에도 6명의 또 다른 에볼라 생존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에볼라 낙인’의 아픔과 고독한 격리 과정을 경험해 본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특별하다. 생존자들이 손을 꼭 잡고 “저도 살아남았어요. 당신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에겐 엄청난 위안과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카르와는 “에볼라에 감염됐다는 것이 곧 사형선고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서도 생존자 35명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형성해 에볼라 치료를 돕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에볼라 전문가로부터 의료기법과 심리 치료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에볼라 항체가 형성된 생존자의 혈청은 신뢰할만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유일한 치료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에볼라에 2차 감염된 간호사 역시 생존자의 혈청을 투여받은 후 병세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프 브리에라크 유니세프 대변인은 “2500명의 에볼라 생존자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에볼라 치사율이 70%까지 치솟았으며, 향후 두달 안에 신규 에볼라 감염자가 매주 1만명씩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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