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이목이 시리아·터키 국경의 코바니에 쏠려 있는 동안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위험에 빠졌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바그다드 외곽에 있는 공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20분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군사전문가들은 IS가 수니파 주민이 다수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은 쉽게 장악하더라도 시아파의 심장부인 바그다드에는 실질적 위협을 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12일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IS가 바그다드 공항 20~25㎞ 부근까지 접근했다”며 “그들이 박격포나 로켓으로 바그다드에 포격을 가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바그다드 공항을 사수하는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아파치 헬기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아파치 헬기 투입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IS는 지난 9월 바그다드 북부의 시아파 밀집 지역인 카지미야 마을을 통해 바그다드에 침투하려던 작전이 실패한 뒤 한동안 잠잠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3일 바그다드와 인접한 안바르주의 히트 지역 군기지를 장악한 후 빠른 속도로 바그다드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바그다드로부터 불과 몇 마일 떨어진 아부그라이브 지역의 도로와 마을을 전부 장악했다. 안바르주와 바그다드를 잇는 ‘바그다드 벨트’의 마을 중 상당수가 IS 수중에 떨어진 상황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IS 대원 1만여명이 바그다드 외곽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라크 국방부는 13일 “IS가 바그다드 공항과 가까운 아부 그라이브 지역에 주둔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군 전문가들은 IS가 바그다드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IS가 비교적 손쉽게 장악한 도시들은 IS와 같은 수니파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지만, 바그다드는 시아파 민병대와 6만여명의 이라크 정부군이 둘러싼 채 수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합지졸 수준의 이라크 정부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IS를 막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IS대원들은 민간인으로 위장해 바그다드로 들어온 후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바그다드에서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3건의 차량폭탄 사건이 발생해 40여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공습에도 불구하고 IS가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군하자 지상군 투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IS가 바그다드로 세를 확장하는 현재 상황을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뎀프시 의장은 공습 위주의 현행 IS 격퇴전략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향후 이라크 군대가 IS에 빼앗긴 제2의 도시 모술을 되찾으려고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는 시점이 오면 지상군 투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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