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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군벌, 의사당 장악 ‘내전 그림자’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14. 5. 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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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무장단체 ‘국민군’ 의회 정지 선언… 사실상 ‘쿠데타’
ㆍ카다피 사후 1700여개 군벌 통제 안돼 ‘예견된 사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후 극심한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리비아에서 사실상 쿠데타가 시도됐다. 이슬람계가 주도하고 있는 리비아 의회에 반발해 비이슬람계 무장단체가 로켓포와 대공화기를 앞세워 국회의사당을 장악하고 “국회 권한 중지”를 선언한 것이다.

리비아에 난립하고 있는 1700여개의 크고 작은 무장단체들이 이번 쿠데타 시도를 계기로 이합집산하면서 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당 점거’ 트리폴리 도심에 정부군 배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도심을 지난 18일 정부군 장갑차와 병력이 지나고 있는 모습이 APTV를 통해 방송됐다. 리비아 정부는 무장 반정부 세력이 트리폴리의 의사당을 점거하자 시내 곳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트리폴리 | AP연합뉴스

 

 

AP통신 등은 18일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국민군’이 장갑차와 대공화기, 로켓포 등을 동원해 트리폴리에 있는 리비아 의회의사당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다쳤으며, 국회의원 등 20여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국민군은 ‘아랍의 봄’ 당시 카다피를 몰아내는 데 크게 기여했던 반정부 무장세력이다. 무함마드 알히자지 국민군 대변인은 “이슬람 과격분자를 돕고 있는 의회가 리비아 위기의 원인”이라며 “의회의 중단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리비아 의회가 이달 초 비이슬람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사업가 출신인 아흐메드 마티크를 새 총리로 임명하면서 이슬람 세력이 새 내각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국민군은 앞서 17일에는 동부 벵가지에서 군용기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이슬람 무장단체가 장악한 군사기지를 대대적으로 공격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하프타르는 사실상 이슬람 무장단체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벵가지에 추가 공습을 경고했으며, 리비아 정부는 이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맞서 알카에다 계열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이날 국민군에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난립해 있는 무장단체들이 하프타르를 구심점으로 이슬람과 비이슬람 계열로 나뉘어 각각 결속할 경우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후 2012년 총선을 통해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역 군벌들이 석유 이권과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극심한 정정 불안을 겪어왔다. BBC방송은 제헌의회 역시 사실상 수많은 군벌들의 연합체에 지나지 않으며, 군벌들을 통제할 치안력이 없는 정부는 이들이 분쟁을 일으킬 때마다 돈을 줘가며 달래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치안 불안에 시달려온 리비아 일반 시민 상당수는 차라리 국민군이 군벌들을 장악해 평화를 가져다주길 응원하고 있다고 북미 종합뉴스 매거진 바이스 뉴스 등이 전했다.


 

1980년대 후반 하프타르가 창설한 국민군의 규모는 그동안 자세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번 공격을 통해 공군과 특수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20여년간 미국 망명생활을 한 하프타르의 전력을 들어 미 중앙정보국(CIA)이 국민군을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프타르는 카다피의 측근이었으나 카다피가 차드에서 전쟁 포로로 붙잡힌 그를 구해주지 않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아랍의 봄’ 때 귀국해 카다피를 쫓아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프타르는 2011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CIA를 위해 일하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라고 직접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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