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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스노든, NSA 도·감청 폭로 1년]미국 ‘자유법’ 무늬만 개혁… 영국·호주는 ‘감시 제한’ 아직 토론만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14. 6. 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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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5일 전직 미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 계약직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 세계 시민들을 도·감청해온 NSA의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스노든과 함께 NSA의 실태를 고발한 언론인 글렌 그린왈드는 저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에서 NSA의 한 팀이 30일 동안 전 세계에서 수집한 불법 도·감청 자료는 e메일 970억통과 통화기록 1240억통에 이른다고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도·감청 협력 시스템 ‘파이브아이즈’의 실체가 밝혀졌고, 그 외 수많은 국가들이 NSA의 피해자이자 공범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도·감청협력국들 “개선” 변죽만 울린 채 결실 없어


스노든의 폭로는 ‘스노든 효과’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국가 안보란 이름으로 침해당해온 개인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의 양심선언이 세계 역사를 뒤바꾸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 이후 1년이 된 지금, 과연 무엇이 바뀌었을까. 해당 국가들은 “곧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변죽만 요란할 뿐 아직까지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문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오른쪽)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 NBC방송 브라이언 윌리엄스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지난달 27일 방영되고 있다. 러시아 망명 후 미국 방송과 첫 인터뷰를 한 스노든은 내부고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경 등을 밝혔다. _ AP연합뉴스


현재 법률적 개혁안을 마련한 국가는 불법 도·감청 논란의 진원지 미국이 유일하다. 미 하원은 지난달 22일 NSA 전화통화 감시활동 제한 법안인 ‘미국자유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NSA가 직접 수백만 미국인의 통화 정보를 대량으로 모아 장기간 보관해온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허가를 받은 후에만 통신회사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시민단체들은 “없는 것보다야 낫다”는 정도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신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제한규정이 너무 모호해 개정법안하에서도 얼마든지 NSA가 이전처럼 대규모 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자국민 도·감청 규정을 일부 제한하겠다는 것뿐, 다른 국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동맹 외국 정상에 대한 도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 정도가 유일하다. 당시 오바마는 “우리의 정보기관들을 일방적으로 무장 해제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도·감청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SA의 도·감청 작업에 적극 가담한 영국, 호주 등은 1년이 되도록 개혁 방안을 놓고 토론만 거듭하고 있을 뿐 아무런 결실조차 거두지 못했다. 영국은 지난달 초 하원 정보위원회가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의 과도한 정보수집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들 기관의 권력남용을 막도록 의회의 감독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개혁 방안을 제안한 것이 전부다. 


호주 역시 ‘검토’만 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정법안 통과 움직임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캐나다는 출입국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지문 등의 생체정보 공유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정작 바빠진 것은 정보통신 기업들이다. NSA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보를 제공해온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은 무너진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더욱 강력한 개선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NSA가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e메일을 암호화하는 대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 보안협회에 따르면 미국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맺은 기업의 10%가량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은 구글, 야후 등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NSA 도·감청 의혹으로 입을 손실은 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시민단체들, 사생활 보호 대대적 캠페인 예정


세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스노든 폭로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캠페인에 나선다. ‘파이브아이즈’ 멤버였던 캐나다와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정보기관들의 도·감청을 막기 위해 컴퓨터 정보 암호화, NSA 해킹 방지 프로그램 개발 등을 요구하는 ‘인터넷을 리셋하라’ 운동에 박차를 가하면서 개혁법안 마련을 위해 의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폴란드 시민사회는 폴란드 민주화 25주년 기념행사 참가차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해외 정상들에게 도·감청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네트워크 인권보호 단체인 미국의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성명을 내 “스노든 폭로로 전 세계 수십억 시민들이 NSA로부터 불법 도·감청을 당해온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를 막아야 할 해당 국가들은 개선책 마련에 미적대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같은 국가들은 보안을 이유로 자신들만의 도·감청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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