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맨해튼 연방대배심은 9일 데비아니 코브라가데(39) 뉴욕주재 인도 부총영사를 비자서류 조작 및 허위진술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코브라가데는 가사 도우미인 산기타 리차드를 미국으로 데려오면서 취업비자 서류를 조작하고, 미 국내법 규정 임금인 월 4500달러(약 478만원)의 3분의 1 수준만 지급하고도 정상 임금을 준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기소장과 별도로 제출한 서한에서 “코브라가데가 ‘최근’ 외교관 면책특권을 부여받아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되며 대신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임금착취와 불법 서류위조”라며 외교적 갈등과 무관하게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검찰이 결국 코브라가데를 풀어주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사태 봉합에 나선 것이다. 코브라가데는 이날 인도로 출국했다.
하지만 인도가 여전히 불쾌한 기색을 거두지 않으면서 사태는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고 있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미국 측에 코브라가데와 맞먹는 급의 델리 외교관도 소환하라고 요구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2일 코브라가데가 검찰에 공개체포되는 과정에서 알몸수색과 DNA 채취를 당하고 마약중독자들을 수용한 방에 갇혔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인도 정부는 사건 발생 다음날 낸시 파월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또 미 대사관이 뉴델리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운영하는 식당·볼링장·클럽 등에 외교관이 아닌 미국인이 출입했다며 탈세혐의를 걸어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인도의 성난 반미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며 뉴델리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가사도우미 리차드는 이날 처음 성명을 내고 “잠자고 밥 먹을 시간 없이 일을 그렇게 많이 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인도로 돌아가려 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나처럼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에게 권리가 있으니 다른 사람이 착취하게 놔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코브라가데가 더 많은 외교관 특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그를 유엔 대표부로 발령했으며, 유엔도 지난달 이미 이를 승인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그의 유엔 대표부 발령을 인정하고 광범위한 외교관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비자를 발급할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