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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발 한파로 얼어붙은 세계

국제뉴스

by 정소군 2022. 3. 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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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발 한파로 세계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 베이징은 체감 온도가 영하 43도까지 떨어졌고,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서는 추위로 120여명이 숨졌다. 미국과 유럽은 1월 하순부터 최악의 한파와 폭설이 덮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9일(현지시간) 폭풍 필로메나가 강타한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전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최소 4명이 사망했다. 특히 마드리드에는 50㎝가 넘는 눈이 쌓여 700여개의 주요 도로가 모두 마비됐다. 화이트아웃(눈으로 천지가 백색이 되어 방향 감각이 없어지는 상태) 현상 때문에 마드리드 시민 500여명이 집에 가지 못하고 스포츠센터 같은 임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고 BBC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던 100여명의 고객들도 센터 안에 갇혀 이틀 밤을 지샜다.

지난 9일(현지시간) 폭설과 눈보라가 덮친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서 사람들이 눈 덮힌 길 위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눈 쌓인 스페인 마드리드 도로 위에서 스키를 타며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 /신화연합뉴스
일본도 기록적인 폭설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NHK 방송에 따르면 11일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평년보다 2~10배 많은 눈이 내려 제설 작업을 하다 눈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일본 해안 지역인 토야마에서 허리 높이까지 쌓인 눈 사이로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열대 기후를 보여 겨울에도 영상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문 대만에서도 기습 한파로 48시간 동안 126명이 사망했다고 빈과일보가 지난 10일 전했다. 사망자 상당수는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노인 환자들이었다.

중국 전역에도 최강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 10일 기온이 영하 19.5도까지 떨어진 베이징은 초속 12~14m의 태풍급 강풍까지 불면서 체감 기온이 무려 43도까지 내려갔다. 시베리아와 가까운 북부 헤이룽장성은 지난 5일 최저기온이 영하 44.7도를 기록했다.

눈이 내린 대만 타이페이. /신화통신 방송 캡쳐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고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이라고 말한다. 극와류(polar vortex)라 불리는 제트기류는 극지방의 추운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데,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유럽과 아시아 등 중위도 지역까지 쏟아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트기류의 움직임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 북미 등에서 번갈아 가며 혹한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한파와 폭설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보된 유럽과 북미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동부의 오대호 지역과 동해안 지역에 살을 에는 추위와 함께 눈폭풍이 덥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1월 말부터 폭설과 추위가 전역을 덮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폭설이 강타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피해 지역에 코로나19 백신을 계획대로 수급하기 위해 정부가 군·경찰을 동원해 제설작업에 애를 쓰고 있다.

눈 속에 고립된 의료진들이 병원으로 출근하기 위해 차를 버리고 2~3시간 동안 17~22㎞를 걸어가야 해던 사실도 알려졌다. 인디펜던트지는 “최소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위험한 눈보라 속에서도 코로나19 최전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거리를 걷기로 결심한 의료진의 헌신에 소셜미디어에서 감사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1.1.11)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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