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에게도 지금, 당장, '우주 청소부' 승리호 선원들이 필요해 (2021.2.11)

국제뉴스

by 정소군 2022. 4. 6. 17:39

본문

“우주는 쓰레기 천지예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유실된 우주정, 우주 건축물의 잔해들.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며 만들어 낸 수만, 수억개의 작은 조각들. 지금도 청소부들은 한 줌도 안되는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총알보다 열 배나 빠른 우주 쓰레기를 쫓고 있습니다.”

2092년,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위성도시 UTS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UTS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뿐. 나머지 대다수 인류는 병든 지구에 남겨졌다. UTS로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기자는 당신이 UTS를 건설하면서 버린 우주 쓰레기를 목숨 걸고 쫓아다녀야 하는 청소부들의 삶을 아느냐고 따진다.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형 우주 SF영화 <승리호>의 제목은 바로 이 우주 쓰레기를 주워 푼돈을 버는 청소선의 이름이다.

영화 <승리호>에 나오는 우주 위성도시   UTS 의 전경.



영화 <승리호>에서 우주 청소부로 나오는 ‘승리호’의 선원들.


■우주 쓰레기? SF영화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요

영화는 71년 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우주 쓰레기 문제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구름 너머 고도 3만6000㎞ 높이의 위성궤도에는 지금도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물, 우주선의 페인트 조각 등 1억여개의 우주 쓰레기가 시속 2만9000㎞의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따라 회전하고 있다. 심지어 1958년 미국이 쏘아올린 인공위성 뱅가드 1호는 발사된지 6년 만에 수명이 다했지만,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우주를 정처없이 떠돌고 있다.

앞으로도 우주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류는 뱅가드 1호 이래 6000여개의 로켓을 쏘아올리며 무수히 많은 우주 쓰레기를 만들어 낸 터다. 여기에 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경쟁적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우주선 발사 계획이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향후 50~150년 안에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데 이어,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는 우주 정거장 형태의 ‘우주 식민지’로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영화 <승리호>에서 우주 쓰레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UTS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주 쓰레기 잔해의 이미지. /유럽항공국


이렇게 늘어난 우주 쓰레기는 우리 생각보다 더 무서운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일명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이다. 197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는 총알보다 몇배 더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들끼리 충돌을 하면, 이는 끝없는 연쇄 충돌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충돌을 반복하면서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쪼개진 쓰레기 잔해들이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를 감싸 인공위성을 활용한 모든 현대 기술을 쓸 수 없게 되는 우주 재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비켜라 이 무능한 것들아” 우주 쓰레기 치우러 간다

우주 쓰레기 문제가 장래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긴 하지만 ‘우주 청소’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클리어스페이스가   2025 년 착수할 우주 청소 작업의 청사진. 청소 우주선이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대기권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붙잡고 있는 모습. /클리어스페이스


대표 주자는 최근 유럽우주국으로부터 1억400만달러짜리 계약을 따낸 스위스의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란 기업이다. 클리어스페이스는 2025년부터 유럽우주국의 우주발사체 ‘베가 로켓’에서 파생된 우주 쓰레기를 끌어내리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주 쓰레기를 위성 궤도에서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면 마찰열에 의해 대부분 공중에서 소멸된다. 최초의 우주 쓰레기 제거 프로젝트인 이번 작전에는 ‘클리어스페이스-1’이란 미션명이 붙었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도 우주 쓰레기 제거 스타트업이다. 일본 항공 우주 탐사국은 아스트로스케일과 제휴해 우주 쓰레기 해소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로봇팔이나 자석을 활용해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대기권으로 끌어내릴 계획인데, 현재까지 받은 투자금만 2억4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인사이더비즈니스가 전했다.

영화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가 승리호 갑판 위에서 작살을 던져 우주 쓰레기를 붙잡는 장면.


그런가하면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는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한 ‘우주 작살’을 개발 중이다. 티타늄으로 만든 작살을 쏘아올려 목표한 우주 쓰레기를 잡은 후 대기권 방향으로 끌고 와 태워 없애버리는 방식이다. 에어버스 측은 “작살은 로봇팔로 우주 쓰레기를 잡는 방식보다 더 쉽다”면서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