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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죽음... 이·팔 보복전으로 번진 동예루살렘 유혈 충돌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14. 7. 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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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에서 최근 몇년 새 가장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이스라엘 소년 3명이 살해된데 대한 보복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이 납치·살해 당하자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예루살렘 인근 숲속에 버려진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16)의 시신은 불에 탔고 온 몸에 폭행 흔적이 있었다.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예루살렘의 극우 유대인 정착민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유대인들 팔 소년 살해… 팔 청년들 분노의 시위


2일 동예루살렘 곳곳에서는 분노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은 보복 살해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이스라엘군과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충돌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총과 실탄에 최소 65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적신월사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가자지구를 또 다시 공습했다.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살해를 하마스 소행으로 돌려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를 공격할 빌미로 삼으려 했던 이스라엘 정부는 난처하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증거가 없는데도 “어린아이까지 납치·살해하는 하마스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미 가자지구를 여러 차례 공습했다. 


그러나 동예루살렘 한복판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이 잔인하게 보복 살해당하면서, 국제사회 비난의 화살은 다시 이스라엘을 향했다. 양측 간 ‘피의 보복’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동예루살렘을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만들어 놓은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이 있다.

 

1967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요르단 땅이었다. 이스라엘의 관할권은 서예루살렘 뿐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7일 전쟁’을 일으켜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가자지구·시나이 반도 등을 무력 점령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모든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시켰지만, 동예루살렘은 아직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동예루살렘에는 유대교(통곡의 벽)와 이슬람교(바위돔 사원·알 아크사 사원)의 성지가 몰려 있어 이·팔 모두 자신들의 진정한 수도라고 여긴다. 


동예루살렘 불법점령한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대거 건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실질적인 영토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대거 확장해 왔다. 이는 ‘점령국은 자국민을 점령지역으로 이주시켜서는 안된다’는 제네바 협약을 엄연히 위반한 것이다. 1967년 이전까지만 해도 0%였던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인구 비중은 지난해 42%까지 증가했다.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 후 동예루살렘에서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은 고향땅에서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외국인 거주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살레 디아브는 “앞집에 살던 가족이 강제이주를 당한 후 유대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 옆집은 두개로 쪼개져 그 중 절반을 유대인 정착민이 차지했다”면서 “언제 우리 집이 다음 차례가 될 지 모른다”고 더네이션에 말했다.

 

"앞집도, 옆집도... 언제 우리 집도 쫓겨날 지 모른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공격으로부터 유대인 정착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예루살렘 곳곳에 초소를 만들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 병력에 쓰는 예산은 1년에 1900만달러(약 19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진짜 보호가 필요한 것은 유대인이 아니라 우리들”이라고 말했다. 디아브는 “총기를 갖고 다닐 수 있는 유대인 정착민들은 수시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협하며 가택과 기물을 파손한다”면서 “내 자동차도 두번이나 부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행을 저지른 유대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비난의 성명을 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비열한 행위’의 가해자는 즉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보복 행위가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비난이나 앙갚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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