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에 밀려 영영 사라질뻔 했다가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최근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 하지만 정작 그 카세트테이프를 발명한 사람은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도 왜 사람들이 여전히 카세트테이프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현지매체인 ‘NRC 해럴드’는 카세트테이프를 처음 개발한 필립스의 엔지니어 루 오텐스가 지난 6일 자신의 고향에서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렇게 뼛속까지 엔지니어였던 그의 덕분이었다.
1960년대 필립스의 제품개발부서 책임자였던 오텐스는 커다란 릴테이프 녹음기를 호주머니 속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카세트테이프는 1963년 베를린 라디오 전자전시회에서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이후 소니가 ‘워크맨’을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카세트테이프는 전 세계에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팔린 카세트테이프는 1000억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텐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카세트테이프의 시대도 머지 않아 끝나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1980년대 후반 카세트테이프가 최전성기를 맞이하기 10년도 전부터 CD를 개발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그의 예상처럼 카세트테이프의 시대가 끝나자 그 뒤를 잇게 된 CD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00억개가 넘게 팔렸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던 그의 예상은 현실과 조금 달랐다. CD와 MP3, 스트리밍서비스에 밀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에 3~4년전부터 시작된 레트로 열풍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카세트테이프의 판매량은 2019년보다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팔린 카세트테이프가 15만7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추억을 공유한 5060세대 덕분만이 아니다. 최근 열풍의 중심에는 카세트테이프가 음반가게의 매장을 가득 채웠던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Z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탈리카나 킬러스 같은 록밴드는 물론 레이디 가가, 두아 리파, 방탄소년단 등 대부분의 팝스타들이 최근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선보였다.
정작 오텐스는 생전에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의아해했다고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스는 전했다. “더 좋은 사운드 기술이 개발됐는데도 초창기 기술로 만들어 노이즈와 음질 왜곡에 취약한 카세트테이프를 왜 좋아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음반산업협회 회장인 제프 테일러는 “카세트테이프는 수집가치가 있는 음반 형태로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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