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임기 열흘도 안 남은 트럼프의 폭주하는 외교 행보, 왜?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22. 3. 28. 16:41

본문

임기가 열흘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대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노선에 막판 쐐기를 박기 위해 조 바이든 차기 정부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일련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쿠바는 콜롬비아 반군 지도자 10명 등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독재정권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원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정권의 임기 종료까지 불과 9일 남은 시점에 이뤄진 조치다. 쿠바는 “위선적” “정치적 기회주의”라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11 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한 건물 벽에 나란히 걸려 있는 미국과 쿠바의 국기.   /AP 연합뉴스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경제 제재를 가해온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33년만에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후 여행 제한이 완화되는 등 양국 관계는 해빙기를 맞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다시 미국인들의 쿠바행을 막고, 쿠바 기업을 줄줄이 제재 목록에 추가하는 등 양국 관계를 오바마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쿠바 정책을 뒤집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쿠바의 민주적 변화를 위해서는 두 나라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며 다시 오바마 정부의 노선으로 돌아갈 것을 시사해오자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대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취임 후 쿠바를 다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는 있지만, 몇달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 동안 쿠바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패트릭 조셉 레이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결정은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지금 테러리즘은 쿠바가 아니라 (의사당 난입 사건이 발생한)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감한 외교정책의 파장과 차기 정부가 지게 될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9일 트럼프 정부는 대만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제한한 지침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지난 수년간 중국 공산주의 정권을 달래기 위해 대만과의 교류를 제한해 왔지만, 이제 스스로 부과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을 중시하는 중국을 대놓고 자극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미국우선주의와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중 관계를 설정하는 데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내전이 일어난 예멘에서 시민들이 구호단체가 나눠준 식량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해 국제 구호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국제구호기구들은 “미국의 조치는 전쟁으로 찢긴 예멘 국민들에게 구호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 제재와 폭탄 관세도 이어지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이날 공지를 통해 프랑스, 독일산 수입품에 최고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에는 위챗, 알리페이 등 8개 중국 앱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재무부는 이란 기업 15곳에 무더기 경제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외교 정책 밀어붙이기는 결국 바이든 정부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앤서니 코데스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만약 바이든이 예멘에 대한 조치를 되돌리려 하면 테러리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고, 대만 정부 인사가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려 할 때 이를 제한하려 하면 미국 내 대만 지지자들이 트럼프 정부와 비교하며 반발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2021.1.12)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