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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 '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14. 8. 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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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장 밖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아랍인에게 죽음을” “너의 집은 불태워질 것이다”라며 저주 섞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인간띠를 만들어 시위대가 결혼식장에 난입하지 못하게 힘겹게 막고 있다. 이날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다름 아닌 유대인 여성과 아랍계 이스라엘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들을 ‘중동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표현했다.



유대인 여성 마랄 말카(23)는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무슬림인 마흐무드 만수르(26)와 결혼식을 올렸다. 유대인 청소년 납치사건과 팔레스타인 소년 보복살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이스라엘 내 유대계와 아랍계 사이에서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상황에서 열린 결혼식이었다. 이들은 사전에 이스라엘 법원에 결혼식장 주변의 시위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무슬림 남성·유대 여성 결혼 “우리는 평화공존 원해”

결혼식장 밖에는 극우 유대인 단체인 ‘레하바’ 소속 회원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레하바는 ‘이스라엘의 딸들을 구하자’는 구호 아래 유대계와 아랍계의 동화(同化) 반대 운동을 펼치는 단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단체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연간 17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원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말카를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너의 마을은 불태워질 것이다”라는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레하바 대변인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마이클 벤-아리는 “유대인이 무슬림과 결혼하는 것은 히틀러가 한 짓보다 더 극악한 행동”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인간띠를 이어 식장 입구를 사수해야 했다.

이들의 결혼은 가족의 반대도 무릅써야 했다. 말카의 아버지는 이스라엘 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말카의 결혼을 반대한다”며 “사위의 문제점은 그가 아랍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카는 결혼 전 남편의 종교를 따라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러나 이날 결혼식에는 특별한 손님도 눈에 띄었다. 이스라엘 보건장관인 야엘 저먼이 참석한 것이다. 그는 비교적 중도 성향에 속하는 정치인이다. 새신랑인 만수르는 이스라엘 채널2 TV에 “저들의 시위도 우리 결혼을 막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한다. 해가 뜰 때까지 춤을 추며 결혼식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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