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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파업 유혈진압, 한국은 결백한가”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14. 3. 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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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해외 한국 기업 감시네트워크 실태조사 보고
ㆍ군 출동 요청 의혹 여전·정부는 군수물자 양도
ㆍ탄압·감시 심해진 노동자들 “곧 재파업 돌입”


지난 1월2~3일 캄보디아 유혈사태가 발생하자마자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캄보디아 정부의 무력진압으로 사망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현지 인권·노동단체에서 보내오는 긴급 성명서에 한국 기업의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국제민주연대 등으로 구성된 해외한국기업감시네트워크는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꾸린 공동조사단에 합류해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 유혈사태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현지 노동자,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국제노동기구(ILO) 등을 두루 만나고 돌아온 이들은 2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현지 조사 결과 한국 기업들의 노동환경은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더 나을 것도, 더 못할 것도 없는 평균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저임금 노동 문제는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류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태에 한국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업 시위대로부터 보호해달라는 약진통상의 요청에 따라 911공수부대가 출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현지 노동자와 약진통상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의문이다.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조사단이 만나본 현지 노동자들은 약진통상이 부지를 이웃한 911공수부대와 긴밀한 특수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공통된 증언을 하고 있다”면서 “캄보디아 현지 언론에도 911공수부대 관계자가 ‘명령에 따라 약진통상을 보호하고 있다’고 인터뷰한 기사들이 실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진통상은 911공수부대와 부지가 인접해 빚어진 오해일 뿐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포함된 캄보디아봉제공장협회(GMAC)가 지난 1월5일 파업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현지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들은 이런 일을 한번도 당해본 적이 없는 듯 손해배상청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손배소 제기는 유독 한국에서만 자주 쓰이는 노조탄압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지 한국업체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강 활동가는 “정부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군에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항만경비정 3척과 군용차량, 공병장비 등 총 9000여점의 군용품을 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인권침해 사태에 연루된 해외 군부대에 대해 군사지원을 금지하는 리히법(Leahy Law)을 근거로 캄보디아 특수부대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혈사태 발생 후 캄보디아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탄압이 더욱 강해졌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파업 기간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고, 일부는 대량 해고를 당했다. 캄퐁참 지역의 한 노조 관계자는 조사단과의 인터뷰에서 “시위 이후 휴대폰 지참이 금지돼 더 이상 다른 노동자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재협상을 요구하며 신년 휴일이 끝나는 4월12일 다시 한번 재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외한국기업감시네트워크는 성명서를 내고 “한국 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협박을 중단하고 국제 망신을 자초하는 손배소도 포기해야 한다”면서 “캄보디아 정부 역시 21명의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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