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표정은 미소와 분노로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미묘한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이마의 주름만 해도 7가지다. 폴 에크먼 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1970대부터 코와 눈썹 등을 움직이는 5000여가지 이상의 근육운동이 어떻게 인간의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는지 연구했다.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아부그라이브 감옥에서 수감자들을 심문할 때 쓰이기도 했고,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쇼핑 만족도 분석 등 활용… 전문가들 “남용 규제 필요”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연구 결과들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감정 탐지 앱’의 토대가 됐다. 이모션트, 어팩티바, 아이리스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에크먼의 연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수백만명의 표정을 카메라로 찍은 뒤 기쁨·분노·슬픔·놀람·공포 등의 감정을 일일이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만화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들의 표정변화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고 있다. | 미국 IT 기업 어펙티바의 홍보 동영상
일례로 샌디에이고 대학 소아병동은 이모션트의 앱으로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을 때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측정한다. 상점 출입구 보안카메라에 앱을 설치해 손님 표정을 분석, 쇼핑 만족도를 체크하는 가게도 있다. 운전자의 표정과 감정을 분석해 졸음운전을 미리 막거나,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알아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정을 허락없이 읽어내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과, 감정을 오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모션트나 어펙티바는 얼굴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3자가 이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데이터베이스로 재축적하는 것에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에크먼 박사도 “기술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쇼핑몰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감정이 분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공지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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