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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운동, 화석연료 시대 상징 '석유 공룡'에 역사적 승리 (2021.5.27)

국제뉴스

by 정소군 2022. 4. 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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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운동이 화석연료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세계 최대 정유기업 중 하나인 엑손모빌은 석유·가스사업 비중 축소를 요구하는 후보들에게 이사회 의석 중 2석을 내주게 됐고, 셰브론 주주들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로얄더치셸은 법원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더 큰 폭으로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날 동시에 일어난 이번 사태가 “석유 거인들의 역사적 패배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소형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추천한 후보 4명 중 최소 2명이 엑손모빌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누르고 이사로 선임됐다. 전체 12석 중 남은 2석을 놓고 아직 표결이 계속되고 있어서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이사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엔진넘버원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헤지펀드로, 보유하고 있는 엑손모빌 지분은 0.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엑손모빌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파란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엑손모빌에 석유·가스 사업 비중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220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엑손모빌은 화석연료와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강력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논리로 시추사업 확대를 계속하겠다는 경영 전략을 발표해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셰브론의 로고.


엑손모빌의 경쟁 기업인 셰브론의 주주들도 이날 ‘셰브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라’는 결의안을 61%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는 언제까지, 얼마나 감축해야 한다는 구속력은 없지만 경영진은 탄소배출량 감축에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날 다국적 석유 기업인 로열더치셸은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으로부터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45%로 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앞서 로열더치셸은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2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지만, 법원은 “감축 목표가 충분치 않고, 구체적이지도 않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그린피스와 ‘지구의 벗’ 등 국제 환경단체가 네덜란드 시민 1만7000명을 대표해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로열더치셸의 화석연료 투자 확대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로열더치셸에 내려진 판결이 다른 기업들에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지속가능한 법 프로그램을 이끄는 톰 웨저는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번 판결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규모 탄소 배출 기업들의 탄소 저감 계획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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