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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작품일까 아닐까...소송전과 진위 논란으로 얼룩진 '살바토르 문디' (2021.5.31)

국제뉴스

by 정소군 2022. 4. 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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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둘러싸고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소송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CNN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로, 진짜 다빈치가 그린 작품인지 아닌 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소송은 스위스 미술상 이브 부비에로부터 ‘살바토르 문디’를 비롯한 38개 미술품을 구입한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엄청난 바가지를 썼다”며 2015년 모나코와 싱가포르, 홍콩 등의 법정에 제기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살바토르 문디’.


예수의 초상을 담은 ‘살바토르 문디’는 2005년 처음 경매에 나올 때만 해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1만달러(약 1115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거래됐던 이 그림은 여러 겹의 덧칠을 벗겨내고 복원 작업을 거치면서 다빈치의 숨겨진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1년 영국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가 이 그림을 다빈치의 작품으로 전시하면서 몸값은 천정 부지로 치솟았다.

부비에는 2013 8000만달러(약 893억원)에 이 그림을 사들였고, 곧 리볼로블레프에게 1억2750만달러(약 1423억원)에 팔았다. 리볼로블레프에 의해 다시 경매에 내놓아진 이 그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 알려진 ‘익명의’ 구매자에게 4억5000만달러(약 5026억원)에 팔렸다. 불과 12년 만에 가격이 4만5000배로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리볼로블레프는 “부비에가 ‘예술 자문가’로서 20억달러에 미술품들을 수집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해놓고, 38개의 미술품 가격을 뻥튀기해 약 10억달러(약 1조1150억원)의 바가지를 씌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부비에는 “나는 미술상일뿐 미술 자문가가 되어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특히 ‘살바토르 문디’에 대해서는 “아름답지만 좋은 투자대상은 아니다”라고 경고까지 해줬다고 반박했다.

CNN은 부비에가 실제 리볼로블레프에게 e메일을 보내 이 같이 경고하면서, 전문가들이 다빈치의 진품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다 바티칸 같은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이 작품의 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기반을 둔 ‘프랑스 박물관 연구·복원센터’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등을 포렌식 분석한 결과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그림이 다빈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다빈치 스튜디오’에 속해 있는 제자의 그림에 가까우며, 당시의 작업 관습에 따라 다빈치가 약간의 도움만 준 것이라는 의혹은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최근 <구세주를 팝니다>(The Savior for Sal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2019년 다빈치 서거 500주년 특별전을 열었던 루브르 박물관이 ‘살바토르 문디’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은 이유가 공개돼 논란이 더 확산됐다. 당시 사우디는 ‘살바토르 문디’를 ‘모나리자’ 옆에 전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루브르 박물관 측이 ‘살바토르 문디’가 모나리자 급의 다빈치 진품인지 확신하지 못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살바토르 문디’가 올해가 가기 전에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2019년 <마지막 레오나르도>란 책을 쓴 작가이자 영화인인 벤 루이스는 “살바토르 문디는 세상의 구세주라는 뜻이지만 현재는 사우디의 구세주에 가깝다”라면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뒤에 추악한 동기가 놓여있다는 것이 예술시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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