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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인신매매 난민 ‘노예와 죽음 사이’

국제뉴스/아시아

by 정소군 2015. 6. 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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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로힝야족 등 바다 위·수용소에서 죽거나 노예로 전락
ㆍ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 책임 전가하며 국경 걸어잠가

 

미얀마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난민 문제가 지중해 난민 사태의 ‘판박이’가 돼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난민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동남아 인신매매 조직의 피해자였다.
 
미얀마 라카인주와 방글라데시 남부 해안가에서 시작되는 동남아 인신매매 루트는 ‘허브’ 역할을 하는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어진다. 주요 수송로는 뱃길이다. 보트에 난민들을 태운 뒤 태국 서부 해안가의 라농·팡가·사툰 지역을 거쳐 육로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는 루트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라농에서 처음으로 로힝야족 인신매매 사실이 적발된 1998년 이후 숫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로 가는 인신매매선에서 탈출해 나온 17세 소녀가 지난달 12일 미얀마 시트웨의 난민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인신매매 브로커들은 말레이시아에서 결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미얀마의 어린 소녀들을 꾀어 배에 태운다. 시트웨 _ AP연합뉴스

 

문제는 인신매매를 단속해야 할 태국의 지방 공무원이나 마을 이장, 여행사 직원까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인신매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초 태국 정부의 인신매매 단속에 걸려든 사람 중에는 태국 남부 사툰주의 전직 지방관리도 있었다. 일명 ‘빅 브러더 통’으로 불린 그는 알고 보니 인신매매 조직의 ‘큰손’이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는 “동남아 인신매매 규모는 약 2억5000만달러(약 27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채널아시아뉴스에 밝혔다.
 
인신매매 조직들은 난민들을 태국-말레이시아 국경 지대 정글 속에 비밀리에 지어둔 수용소에 가둬둔다. 현지 언론들은 두 나라 국경 사이에 이들 조직이 이용하는 ‘쥐구멍’이 100개 이상 있다고 추정한다. 수용소의 목적은 단속이 뜸해질 때까지 몸을 숨기는 은신처이지만, 주로 난민들을 가둬놓은 후 가족들을 협박해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방콕포스트는 이들이 1인당 최대 6만바트(약 197만원)의 몸값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보내오는 몸값은 국경을 넘는 사이 중간 조직원들에게 갈취되기 일쑤다. 그래서 가족들은 돈이 무사히 국경지대 수용소로 전달될 때까지 끝없이 돈을 보내야만 한다. 그사이 난민들은 수용소에서 병에 걸리거나 고문을 당하고, 굶주려 죽는다.

 

5개월간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한 로힝야 여성은 “내가 도착한 첫날 2명의 여성이 죽었다. 수용소에 있는 동안 100여명이 죽는 모습을 본 것 같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지난 5월 이 일대에서는 집단 매장된 수백구의 시신이 발굴됐다.


 

 

겨우 목숨을 건진 난민 대다수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팔려나가 ‘노예’로 전락한다. 지난해 가디언은 태국 수산업계가 양식새우 사료로 쓰이는 잡어를 잡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저임금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는 폭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 노예들이 바로 인신매매 돼 온 난민들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비난에 밀려 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신매매 단속을 시작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해로를 통해 난민들을 수송해 오던 인신매매 조직들이 항구 정박에 실패하자 난민들을 배에 버리고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안다만해 일대에는 대규모의 로힝야 보트피플이 발생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 온 인근 국가들은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자 모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동남아 난민 사태가 유럽 지중해 난민 사태와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인도적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아예 국경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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