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야당 지도자 사형 집행 관련 찬반 충돌… 총선 정국 ‘흔들’
방글라데시 정부가 전쟁범죄 혐의로 야당 지도자를 교수형에 처하면서 다음달 총선을 앞둔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2일 밤 사형이 집행된 후 15일까지 야당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의 충돌로 최소 21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현지 언론 데일리스타는 방글라데시의 최대 이슬람 정당이자 야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 지도자 압둘 카데르 몰라(65)가 사형을 당한 후 자마트당 지지자들이 다카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분노한 자마트당 지지자들은 기차역에 화염병을 던지는가 하면 여당 지지자 소유인 기업체 건물과 주택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아와미연맹 지지자와 자마트당 지지자 등 모두 21명이 숨졌다.
People celebrate after hearing the news of Bangladesh Jamaat-E-Islami leader Abdul Quader Mollah's execution in Dhaka December 12, 2013.Bangladesh executed Islamist opposition leader Abdul Quader Mollah on Thursday for war crimes he committed in 1971, in a move likely to spark more violent protests less than a month before elections are due to be held. Andrew Biraj/Reuters
몰라는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벌일 당시 독립에 반대하는 친(親)파키스탄 민병대를 이끌면서 민간인 350여명을 학살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집권 첫해인 2009년 설립된 전범재판소는 지금까지 몰라 등 자마트당 지도자 5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며, 몰라는 이들 중 처음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쿠알룸 이슬람 방글라데시 법무차관은 사형 집행 후 “드디어 40년 만에 정의가 바로 섰다.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BBC방송은 상당수 방글라데시인들이 전범재판소의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마트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치적 살인”이라며 “몰라의 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복수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전범재판소가 기소한 인물 대다수는 야당 인사들이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재판부와 검찰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피고 측 핵심 증인이 경찰에 끌려가는 등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 집행 직후 성명서를 내고 “몰라의 사형은 불명예스러운 행동”이라며 “앞으로 더 큰 폭력만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범재판소가 사형선고를 처음 내린 지난 1월 이후 자마트당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야기된 충돌로 지금까지 230여명이 사망했다. 방글라데시가 독립한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로 기록됐다.
특히 여당과 야당이 내년 1월15일로 예정된 총선 일정을 둘러싸고 이미 격렬하게 충돌 중인 상황에서 야당 지도자의 사형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져 향후 유혈사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의 18개 야당은 공정한 총선을 위해 중립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총선 불참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