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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재집권… ‘EU 탈퇴’ 기로

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by 정소군 2015. 5. 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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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총선 결과 330석 과반 확보 압승… 단독 정부 구성 가능해져

ㆍ예상 밖 참패 노동당, 경제정책 방어 ‘좌파 대안’ 차별화 실패

초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은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이른바 ‘브렉시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BBC방송은 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현재 중간개표 결과 보수당이 과반인 330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노동당은 2010년 총선보다 26석 줄어든 23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 지지율이 35%의 동률을 기록해 누구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연임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운데 오른쪽)가 8일 아내 사만다와 함께 총리관저에 들어서자 당직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노동당이 이렇게까지 맥없이 무너지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5년간의 긴축재정 때문에 영국인들의 불만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동당 지지율은 보수당을 크게 앞섰다. 가장 큰 원인은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에서 59석 중 56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노동당의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또 보수당이 “노동당과 SNP가 연정을 이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현실화시킬 것”이라면서 ‘SNP의 약진’을 노동당 공격 재료로 활용한 것도 타격이 됐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이 보수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이번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번 영국 총선의 최대 쟁점은 ‘성장’과 ‘복지’였다. ‘성장’에 방점을 둔 보수당은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영국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공포전술’을 펼쳤다. 

런던정경대 교수인 토니 트래버는 “침묵하고 있던 보수층 지지자들이 위기의식으로 노동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선거 당일 결집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보수당은 노동당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맞벌이 부부의 3~4세 아동 무상보육, 저소득자에 대한 임대주택 확대 등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노동당은 자신들의 경제정책 방어에만 급급하다가 정작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쟁점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노동당이 집권해도 경제성장이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변호하느라, 자신들의 (좌파적) 이미지를 스스로 희석시켰다”고 분석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노동당과 보수당의 차별성이 갈수록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면서 “보수당의 표를 뺏어오지도 못하고 SNP에 기존의 표만 뺏겼다”고 말했다. 밀리밴드는 이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지난 5년 동안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민당 내에서는 “보수당과의 연정을 포기하고, 다시 우리만의 색깔을 강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당 재집권에 따라 영국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긴축재정으로 3년 내에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결국 복지지출 삭감 등 가혹한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제로아워 계약 등 노동환경 악화와 NHS 민영화 확대 시도 등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렉시트’보다 ‘브렉시트’ 세계 경제 파급력 커… 영국의 도박

영국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렉시트’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더 큰 데다, 스코틀랜드 독립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그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보수당이 브렉시트 투표 공약을 포기하고 재집권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왔다. 보수당은 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해오는 가난한 동유럽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자국민의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반이민 정서’도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영국은 EU와 분담금 및 이민자 숫자 제한 등의 안건을 놓고 재협상을 벌이길 원하지만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영국과 EU 협약 개정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EU 탈퇴는 영국으로서도 도박일 수밖에 없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 등은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거대한 자유무역 시장을 포기하는 결과가 초래돼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14% 감소할 것이란 추정치를 내놨다. 영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국제적 위상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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