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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녀를 돌려줘' 그로부터 7년...나이지리아에서 기숙학생 납치는 일상이 됐다 (2021.3.2)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22. 4. 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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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북부의 한 기숙학교에서 여학생 300여명을 납치했을 때, 전 세계는 분노로 들끓었다. 당시 미국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까지 ‘우리의 소녀를 돌려줘’ 해시태그(#) 캠페인에 동참했을 정도였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실상 치안을 포기하고 납치를 방관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은 곧 일상이 됐다. 7년이 흐른 지금, 나이지리아에 난립하고 있는 각종 무장단체의 기숙학교 학생 납치 사건은 더욱 빈번해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기숙학교에서 여학생 279여명이 납치됐다가 2일 풀려났다. 여학생 납치 1주일 전에는 대학생과 교직원 47명이 납치됐고, 지난해 12월에도 340여명의 남학생이 납치됐다 풀려났다.

지난달   26 일   300 여명의 여학생이 납치된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기숙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   /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일 “지난해 12월 이후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3주에 한번 꼴로 대형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빠져든 나이지리아에서 ‘학생 납치’가 가장 수익성 큰 사업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지정학연구소인 ‘에스비 모르겐(SB Morge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나이지리아에서 몸값으로 지불된 금액은 1100만달러(약 1237800달러)에 달한다. 보고서는 “놀라운 점은 (납치 건수에 비해) 몸값 추정 액수가 매우 적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무장단체들이 부유한 계층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납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코하람이   2014 년 나이지리아 치복시에서 납치한 여학생들의 모습을 공개한 동영상 장면.   / AFP 연합뉴스


특히 기숙학교 학생들이 가장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 무장단체의 주요 활동 지역인 나이지리아 북서부 지역에는 기숙사 형태의 학교들이 많은데, 기숙사가 대부분 치안에 취약한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어린 학생들이 납치되면 국제적 공분을 사기 때문에 오히려 몸값이 더욱 올라가는 효과까지 노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납치 범죄들은 정부가 모든 치안력을 집중해 일벌백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경향을 띤다. 몸값을 받아내 거액을 번 무장단체는 다른 무장단체들에게 하나의 선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나이지리아 정부는 빈번해지는 납치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인질이 풀려나면 이를 홍보에 이용하고,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그 사이에서 몸값의 일부를 가로채는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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