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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기승부리는 야생동물 밀렵...'온라인 순찰대'로 활동해 보세요 (2021.4.5)

국제뉴스/중동아프리카

by 정소군 2022. 4. 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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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야생동물 밀렵꾼을 감시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 생겼다.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는 없다. 각자의 방 안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된다. 남아프리카 발룰레 자연보호구역 곳곳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을 관찰하면서 수상한 인기척을 발견해 알려주는 ‘온라인 순찰대’로 활동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남아프리카 발룰레 자연보호구역을 생중계하는 동영상. 호숫가에서 떼지어 평화롭게 물을 마시는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와일드라이프 와치 캡쳐


발룰레 자연보호구역은 흔히 ‘빅 파이브’라 불리는 사자·표범·코뿔소·물소·코끼리의 서식지이다. 밀렵꾼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야생동물들이다. 코뿔소 뿔은 암시장에서 수천달러에 거래된다. 검정코뿔소와 흰코뿔소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밀렵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사냥에 나선 생계형 밀렵은 늘어난 반면 관광수입과 후원이 끊기면서 순찰대원이 다섯명 중 한명 꼴로 해고됐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야생동물 보호 순찰대인 ‘블랙 맘바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블랙 맘바스’는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된 밀렵감시단체로 유명하다.

최근 이들에게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 바로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순찰대원’들이다. 한국 기업 ‘삼성’과 전 세계 사파리를 생중계하는 ‘아프리캠’이 장비와 기술 지원을 맡았다. 야생동물들이 자주 모여드는 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물론 자연보호구역 펜스 곳곳에 숨겨 놓은 갤럭시S20 스마트폰이 영상을 전송하면 아프리캠이 웹페이지(https://www.wildlife-watch.com)에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식이다. 블랙 맘바스 대원들도 순찰을 나갈 때 몸에 부착한 핸드셋을 통해 곳곳의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그러면 온라인 순찰대원들은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블랙 맘바스 대원들이 놓친 부분들을 발견해 제보하면 된다. 현재 전세계에서 5만5000명의 온라인 순찰대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5월2일까지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블랙 맘바스’의 창립자인 크레이그 스펜서는 “불행히도 인간은 밤에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 구역을 감시할 수 있을 뿐”이라며 “우리에겐 이런 약점을 보완해 줄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블랙 맘바스’ 대원인 레이타 음하벨라도 “무기를 사용하는 전문 밀렵꾼은 5분만에 보호구역에 침입해 코뿔소를 죽이고 빠져 나간다”면서 “온라인 순찰대의 활동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순찰대원들이 총소리를 듣거나 덫에 걸린 야생동물을 영상 속에서 발견하고 제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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