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하는 법안이 끝내 이스라엘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아랍인에 대한 인종차별법과 다를 바 없는 이번 법안의 후폭풍은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 등 이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든든한 우방국들마저 이스라엘의 극우 행보에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악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국무회의는 23일 ‘유대민족국가 기본법’을 찬성 14표, 반대 6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의회에서 통과되면 이스라엘에는 유대교 율법에 입각한 입법이 제도화되며, 아랍어는 공식 언어에서 제외된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아랍계 국민들은 사실상 ‘2등 국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Israeli Prime Minister Benjamin Netanyahu reads quotes against Israel he attributed to Iran and Hezbollah as he addresses the gala banquet of 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AIPAC) annual policy conference in Washington, March 22, 2010. REUTERS/Jonathan Ernst
그동안 이스라엘은 유대인 숫자를 늘리기 위해 각종 혜택을 앞세워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불러들여왔다. 그럼에도 유대인의 숫자가 아랍인의 인구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자, 사실상 유전자와 혈통을 근거로 아랍인 배제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도 성향의 현지 일간지 하레츠조차 “이 법안은 이스라엘에 혐오스러운 오점을 남길 인종차별법”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국이자 무역 상대국인 미국·유럽은 2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를 낸 가자지구 침공 이후 이미 이스라엘에 등을 돌린 상태다. 스웨덴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했고, 프랑스·스페인·영국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분위기가 안팎으로 우호적이지 않은데도 이스라엘이 ‘마이동풍식’ 극우 행보를 고집하는 데는 내부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유대인가정당’ ‘베이테누당’ 등 극우 정당들과 연정을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 리쿠드당의 불안정한 입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비영리기구인 신이스라엘기금의 나오미 파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 정치권은 계속 우경화해왔다”면서 “연정을 미끼로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총리를 압박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거대한 자금력 때문”이라고 US뉴스에 말했다.
사실 네타냐후는 우파 정치인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큰 틀에서 지지해왔다. 그러나 “유대민족국가법을 내각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정을 깨겠다”는 유대인가정당의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앞서 가자침공 때는 베이테누당이 “팔레스타인에 더 강한 보복을 하지 않으면 연정을 깨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연정이 깨져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되면 네타냐후는 더 이상 총리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알자지라는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적 자리 보전을 위해 (극우파들과 동조하면서) 국가의 이익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정의 또다른 한 축인 중도성향의 예쉬 아티드당은 이번 법안 통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스라엘 정국은 이래저래 큰 혼란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IS 맞서 걸프 6국 ‘군사동맹’ (0) | 2014.12.01 |
---|---|
이스라엘의 연좌제 적용… 유대교 회당 범인 아내 거주권 박탈 논란 (0) | 2014.11.27 |
소말리아 테러단체, 케냐서 코란 못 외우는 승객 28명 살해 (0) | 2014.11.23 |
예루살렘 테러 '외로운 늑대형'인 듯… '신형 인티파다' 조짐 (0) | 2014.11.19 |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이스라엘인 4명 사망 (0) | 2014.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