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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터넷서 ‘잊혀질 권리’ 첫 인정

국제뉴스/유럽과 러시아

by 정소군 2014. 5. 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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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가 우선인가, 언론의 자유가 먼저인가. 


유럽 사법재판소(ECJ)가 개인의 ‘잊혀질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구글은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개인 정보가 담긴 웹페이지의 링크를 삭제해야 한다고 내린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장난으로 올린 사진처럼 개인 사생활 정보 뿐 아니라 공익적 목적으로 보도된 과거 신문기사까지 모두 삭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잊혀질 권리’ 첫 인정, ‘기념비적인 판결’


재판소는 13일 “구글 등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잊혀질 권리’를 갖고 있다”며 “구글은 상당 시간이 지나 현재 시점과의 관련성이 적고 공개하기 부적절한 개인정보일 경우에 한해 이를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소는 “구글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정확하고 합법적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법원은 구글에게 개인이 정보 링크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별도의 창구를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유럽 사법재판소는 최고법원이므로 구글은 이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판결은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구글과 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다른 것이다. 코스테하는 구글 검색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을 때 자신의 빚문제와 재산 강제매각 내용이 담긴 1998년 신문기사가 검색되자 스페인 정보보호원에 삭제를 요구했다. 당시 문제가 이미 다 해결됐는데도 아직도 기사가 검색돼 개인정보보호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신문사와 구글은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므로 문제가 없다”며 “삭제 요청은 검열에 해당한다”고 거부했다. 이 사건은 결국 스페인 법원에 넘겨졌고 스페인 법원은 다시 유럽 사법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의뢰했다. 

 

"공익 목적 신문기사도 삭제 가능" 논란


이번 판결은 법원이 인터넷에서 ‘잊혀질 권리’의 손을 들어준 첫 사례다. 그동안 이 권리의 소중함을 주장해 온 측은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빅터 메이어-쇤베르크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인터넷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시대에서는 결코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사람은 원래 늘 변하고 발전하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너무 모호해 오히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재판소가 밝힌 ‘현재와의 관련성’ ‘부절적성’이란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는 뚜렷한 지침을 주지 않은 채 하급 재판소가 케이스별로 판단하도록 공을 넘겼다. 


세계 최대 로펌인 디엘에이 파이퍼의 패트릭 반 에크 변호사는 “사실로 판명된 정보까지 삭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염려스럽다”며 “시간이 흐른 오래된 이야기라고 해서 편집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어렸을 때 장난삼아 올린 부끄러운 사진은 삭제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합법적인 신문기사 정보자료까지 삭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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