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주먹질·총질… 폭주족 수백명 ‘텍사스 활극’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15. 5. 18. 23:00

본문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평화로운 일요일 점심시간이었다. 17일 오후 미국 텍사스 웨이코의 번화가를 찾은 손님들은 주로 휴일을 맞아 외식을 하러 나온 가족들이었다. 

그때 이곳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불청객’들이 등장했다. 오토바이 뒤에 색색의 깃발을 꽂고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식당 ‘트윈픽스’ 앞에 속속 멈춰선 이들은 그 일대에서 악명 높은 폭주족들이었다. 세싸움을 벌이던 5곳의 폭주족 수백명이 한 식당에서 동시에 신규 조직원 영입을 위한 회합을 열게 된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시 경찰이 17일 오후 폭주족들의 총격전이 벌어졌던 레스토랑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식당 앞 주차장에 폭주족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웨이코 | AP연합뉴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원수들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시작했다. 식당 화장실에서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느냐”면서 어깨를 밀치며 시작된 다툼은 곧 각종 흉기가 동원된 대규모 패싸움으로 번졌다. 식당은 아수라장이 됐고, 손님들은 놀라 달아났다. 폭주족 회합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경찰들이 식당 밖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폭주족들은 식당 주변 주차장에까지 뛰어나와 총격전을 펼쳤다. 

옆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한 손님은 “바로 옆에서 총알이 빗발치는데 숨을 곳이 없었다”면서 “황급히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겨우 방패로 삼았다”고 현지 방송 KWTX에 말했다.


갱 영화를 방불케 한 대낮 번화가의 폭주족 총격전은 9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고서야 끝이 났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모두 폭주족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이 경찰과 다른 폭주족 중 누구의 총에 맞은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패트릭 스원튼은 “식당 주인이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폭주족 손님을 받은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34년간의 경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범죄 현장이었다”면서 “사망자 중 일반 시민이 없던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근 폭주족들이 총격전 보복을 위해 웨이코로 몰려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