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총격 받은 무함마드 만평대회… 표현의 자유 탈 쓴 ‘이슬람 혐오’ 논란

국제뉴스/남북 아메리카

by 정소군 2015. 5. 5. 23:00

본문

ㆍ유대계 여성 파멜라 겔러, 사건 후 “전쟁은 시작됐다”

ㆍ9·11 테러 후 극단적 발언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갈랜드에서 열린 ‘무함마드 만평대회’에서 총기를 난사하던 이슬람 극단주의자 2명이 사살되자마자, 대회 주최자인 파멜라 겔러 미국자유수호단(AFDI)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의 카메라 앞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이번 행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우리는 두려움에 굴하지 않았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 용감한 미국인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외쳤다. “이것은 (이슬람과의) 전쟁이다. 전쟁은 시작됐다!”

파멜라 겔러


그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이 행사를 개최했다. 단순히 무함마드 만평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1만달러(약 1080만원)의 상금을 내걸어 한층 수위 높은 풍자를 유도했다. AFDI는 인권단체를 자처하지만 이들의 활동에는 항상 인종주의 꼬리표가 달린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이 이슬람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AFDI 설립자 겔러는 유대계 중산층 워킹맘이었다. 그는 2012년 주간지 빌리지보이스 인터뷰에서 평범한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01년 9·11 테러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선과 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악과 절대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악’은 이슬람 그 자체였다. 겔러는 블로그에 반이슬람 선동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2006년 무함마드를 풍자한 덴마크 신문 만평을 블로그에 퍼나르면서 방문자가 급증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무슬림을 의도적으로 도발할 수 있다며 만평을 싣지 않고 있었다.

2007년 그는 유명한 반이슬람 운동가 로버트 스펜서 등과 손을 잡고 아랍어 교과목을 만들려던 뉴욕의 국제학교를 공격해 무슬림 교장을 쫓아냈다. 2010년에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 ‘그라운드 제로’ 주변 이슬람 센터 건립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운동을 계기로 겔러는 일약 전국적인 유명인사로 떠올랐다”고 적었다. 같은 해 겔러는 AFDI를 설립했다. “이슬람 예배를 불법화해야 한다” “세상에 무고한 무슬림이란 없다”고 주장하는 반이슬람 운동가들이 합류했다.

AFDI는“우리는 극단주의에 반대할 뿐 무슬림은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늘 혐오발언 논란을 샀다. 

지난해 이들은 워싱턴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 하즈 아민 알후세이니가 아돌프 히틀러, 무솔리니와 함께 있는 합성 사진을 버스광고로 게재했다. 지난달에는 뉴욕 시내버스에 머리수건을 두른 무슬림 남성과 ‘유대인을 죽이는 무슬림들’이라는 문구가 쓰인 광고를 달아 논란을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이슬람을 보는 시각은 냉전시대 공산주의를 대하는 분위기 같다”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만평대회 총격 사건을 계기로 겔러와 AFDI는 더욱 유명세를 누리게 됐지만, 동시에 미국 내에서 표현의 자유와 혐오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룬 모글 사회정책·합의연구소 연구원은 “겔러와 AFDI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사실 그들은 단체의 세를 불리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것뿐”이라고 4일 CNN에 말했다. 그는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다른 모든 미국의 가치들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무함마드 만평대회에 총격을 가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엘턴 심프슨은 2006년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분류돼 일찌감치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FBI는 이들의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는 5일 자체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전사 2명이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전시장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