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러분은 여성 후보를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인 하비바 사로비(57)는 지난달 31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이렇게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유세에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1000여명의 여성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오는 5일 치러지는 아프간 대통령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눈에 띄는 점은 놀랍게도 여성 후보들의 약진이다. 아프간은 세계 최악의 여성인권 국가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 전체 대통령 후보 8명 중 3명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삼았으며, 지방 의회에는 모두 300여명의 여성 후보들이 출마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탈레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아직도 여성 후보들이 유세를 위해 연단에 올라설 때마다 사방에서 남성들의 야유가 터져 나오는 것이 현실이지만, 10년 전만해도 여성 부통령 후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비바 사로비. 사진 www.wadsam.com
그중에서도 사로비는 유력한 여성 주자이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잘마이 라술 대통령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어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프간은 결선투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1위가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라술이 대통령 당락을 결정할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이 때문에 사로비는 여성 부통령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내각에 등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방의회 선거에도 사상 최대의 여성 후보자가 등록했다. 아프간은 탈레반 세력을 축출한 후 지방의회 의석의 2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전체 249석 중 69석이 여성의 몫이다. 이 69석의 자리를 놓고 300명의 여성후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부르카 없이는 집밖에 외출하기도 어려웠던 여성들이 이제는 직접 거리를 돌며 자신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09년 선거 때는 일부 여성들이 투표소로 향하다가 탈레반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여성의 투표권을 친족 남성들이 대신 행사하는 부정행위가 빈번히 발생했다. 아프간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투표권을 빼앗아 대리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다른 대통령 후보들도 아내를 유세장에 동행시키거나 여성인권 향상을 거론하는 등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
유례없이 적극적인 여성들의 선거참여는 탈레반 시절과 비교해 크게 향상된 여성들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미군 철수 시한을 앞둔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로비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마리암 와다크는 “미군이 철수한 후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된다면 여성 권익향상에 앞장 서 온 여성들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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